삶 고통 드러나자 희망이 모락모락

인천 출신 손유미 첫 시집
시간 여실히 보여주는 시어
주체 '우리로' 확장 돋보여
▲ 탕의 영혼들 손유미 지음 창비, 172쪽, 1만1000원

“그는 나를 알아보고 나의 모든 것을/가져가네 나의 망각과/이 모든 수고로움까지/나의 정체라는 듯이(깨 터는 저녁).”

인천 출신 손유미가 첫 시집 <탕의 영혼들>을 펴냈다.

201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은 손유미는 <탕의 영혼들>을 통해 차분한 시선으로 기억과 시간을 세심하게 더듬으며 삶의 고통을 드러내고 어렴풋하게나마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을 포착하려 한다.

<탕의 영혼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공존 같은 시어들도 가득하다.

이 책을 추천한 안태운 시인은 “손유미의 시는 시간을 하나하나 여실히 보여준다”며 “시간을 잘 살아내는 시를 어쩌면 '긍지'라고 여겨도 좋을까”라고 언급했다. 또 “그의 시에는 외따롭게 단단한, 용기의 리듬이 있다”며 “그 리듬은 주의를 잘 살피면서 흐른다”고 평했다.

그렇게 손유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아는 어른을 지날 때 드는 생각)”, “충분히 길들였는데, 그걸 모르는 들개(기민히 사라진)”, “제 속도로 다가오는 미래를 비관(고양이 담벼락)”이라 읊는다.

<탕의 영혼들>에서는 낯익은 인천의 지명을 만나게 된다. 그곳은 오롯이 손유미가 만든 세상이다.

'애관극장 앞에서'와 '답동성당과 내동교회 사이'는 장소가 갖는 시인의 생각들로 점철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아닌 힘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걸을 때” 시인은 “합장//하나의 기억이 손을 풀어/용서해줄 때까지//그 하얀 손바닥이 고개를 들어줄 때까지”라고 울었다. 그리고 내 사랑을 곱씹으며 “가망이 없어 사랑이 망하는 걸까/사랑이 망해서 날 망치는 걸까(그런 눈)”을 읽었다. 시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속'이란 시극에서 시인은 “긴 사이//생들이 하나둘 어둠을 빠져나가고/젊은 생만이 한참을 가지 못하고 남아 있네/미련이 남았는가……싶은데/만난다 멀리 마중 나와 있던 생의 지난 사랑을”이라며 “읽는 그대들 눈에는 보여라”라며 생을 부여잡는다.

시집 해설에 나선 선우은실 문학평론가는 “우리는 손유미의 시적 주체가 '나'가 이날 '우리' 또는 '사람', 또는 그 너머의 유령적 존재(영혼)라는 좀 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존재 양식으로 언급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며 “'나'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우리-보편'의 갈망으로 확장해나가는 일이라 하겠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너른 전망의 가능성을 과감하게 발음하는 일을 손유미가 첫 시집에서 해내고 있음은 마땅히 주목해야 할 시적 사건이다”는 거대한 평을 남겼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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