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 건축물 철거 반대”
시민단체 유예 요청…작업 중단
주민들 “완벽한 토양정화” 요구

“역사 고증 후 복원 여부 판단 필요
공원화 과정 주민 혜택 무엇인지
검토도 함께 진행돼야” 의견도
▲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존치와 철거 논란이 뜨거운 캠프마켓 전경. /사진제공=인천일보 DB

'안전과 건강을 위해 깨끗이 정화(인천시·주민)' vs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은 보존해야(시민단체)'

캠프마켓이 8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만큼 활용 방안을 두고 협치의 중요성이 제기되지만 인천시, 시민사회, 주민 등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인천시와 국방부는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캠프마켓) 관리 처분 협약' 체결을 통해 캠프마켓 반환 절차를 본격화했다. 당시 인천시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토지 매입비(국·시비)를 국방부에 내기로 했다. 이후 2019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는 캠프 마켓을 포함한 미군기지 4곳을 한국 측에 즉시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내부 건축물 보존과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국방부와 환경부 조사 결과 캠프 마켓 북측 군수재활용품센터(DRMO) 주변 토양에서 고엽제 등에 포함된 발암물질 다이옥신을 비롯해 유류, 중금속 등의 오염이 확인됐다. 유류 오염은 캠프 마켓 부지 상당 부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오염된 토지 위에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의 대표적 시설인 조병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이곳에 주둔한 주한미군이 조병창 선물 상당수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병창 병원 건물 밑 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기준을 초과하는 TPH(석유계 총탄화수소) 오염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 정화 작업 주체인 국방부는 건물 존치 상태에서 토양을 정화할 방법이 없다며 철거를 결정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철거 유예를 요청해 작업은 중단됐다.

지역 역사·문화계를 중심으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조병창 건물은 반드시 존치해야 하며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정화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건물 보존 문제는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올 1월부터 건물 철거를 막기 위한 단식·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김형회 일본육군조병창역사문화생태공원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강점기, 해방 후 건국 시기,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가 집약된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존치상태로 하부오염 정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동양대학교의 경우 동두천시와 함께 미군 막사를 철거하지 않고 오염토를 정화해 현재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도 인천시가 존치한 채로 정화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정반대 입장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도 '캠프마켓부평숲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캠프 마켓 내 대부분 건물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오염된 토양을 깔끔하게 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캠프마켓부평숲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다 보니 토양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역사를 잊자는 것이 아니라 빵공장 등과 같이 중요한 건물들은 아카이브화 시켜서 기록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해당 건축물의 안정등급도 높지 않다 보니 붕괴의 위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고, 현재를 사는 지역민들의 삶도 중요하다.

두 가치의 접점을 찾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캠프마켓과 그 주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B구역 조병창 건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아직 D구역에도 역사적 가치를 가진 건물들이 있는 상태다. 이 건물들에 대한 역사적 고증 등을 거친 뒤 복원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공원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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