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시 인천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

인천시, 랜드마크 조성…K-POP 메카 포부
로컬 음악계 활성화 관련 계획은 미비

다양한 장르 제작 지원 시스템 필요
분야별 스텝 육성·활동 인프라 구축을
연속성 있는 연간 프로그램 마련하길

사용 미미한 시설·공간, 시민에 개방을
콘텐츠 아카이빙·자산화 추세 발맞춰야
민간·공공 정례화된 논의의 장 마련을
▲ 2022 시민창작가요제 '인천시티팝'에 참가한 입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필자
▲ 2022 시민창작가요제 '인천시티팝'에 참가한 입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필자

인천시는 2020년 '음악도시 인천'을 선포했다. 2021년에는 SM·JYP·FNC 등 국내 굴지의 대형기획사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K-POP 문화산업 확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K-POP 문화 관련 시설 인프라를 송도·청라·영종 국제도시에 확충하여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K-POP 문화행사 등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송도 K-POP 아레나 건설과 음악분수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10일 '인천 경제자유구역 K-콘텐츠산업 육성 연구' 착수 보고회에서 송도에 K-POP 아레나를 건립하고 인천을 K-POP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음악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인천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제물포 개항을 기점으로 서양 음악의 유입은 인천의 근대 음악사와 한국 음악사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이후 한국의 음악 신(scene, 장면)은 1970년대 음악다방, 1980년대 라디오·TV 방송이 주도했다. 1990년대에는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홍대 신이 생겨나고 독립 음악가가 등장했다. 이후 페스티벌의 중흥기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가들이 데뷔하고, 음원 시장이 성장하면서 음원 사재기와 차트 왜곡 등의 이슈도 발생했다. 유튜브로 매체 영향력이 넘어가면서 커버곡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가 대세를 이루게 됐다. 이제는 단지 방송·클럽만이 아닌 다양한 루트로 음악가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음악과 관련 콘텐츠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루에 수백 곡이 신곡으로 등록된다고 한다. 그 많은 신곡 중 하루에 20~30곡 정도가 메인에 노출되며, 어제 발표된 곡들과 기존의 명곡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경쟁하며 음악산업도 성장했다. 지금도 전체 음악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음원 시장은 성장하고 음반 판매는 감소하고 있지만, 바이닐(LP)의 판매량은 상승했다. 음원차트 순위에 페이스북, 틱톡과 트위터 등 바이럴이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 페스티벌보다는 단독 콘서트나 소규모 라이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어떤 콘텐츠가 음악산업을 주도할까?

방송 클럽 오디션프로그램 음원, 유튜브, 페스티벌, 바이럴마케팅 등 다양한 포맷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의 제작뿐만 아니라, 음악 안에 세계관을 담고 많은 사람의 팬심까지 얻어야 하는 시대다. 현재 음악산업에서 인천이 어디쯤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인천은 음악 도시를 발표하고 K-POP 아레나와 대형 음악축제 개최를 통한 K-POP 메카로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대규모 행사와 건축 뒤에 로컬 음악신과 콘텐츠 발굴 제작 활성화에 대한 계획은 미비하다. 이 부분에 대한 분석과 실행안 수립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천이 음악도시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이다.

1. 제작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 K-POP 아이돌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연주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제작이 활발히 추진되고 계속 시도될 수 있도록 지원·육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2. 인프라 구축 : 결국 신(scene)을 지탱하는 건 계속 시도되는 콘텐츠 제작 발표와 공연을 만들고 있는, 작은 규모지만 멈추지 않는 창작자와 운영자들 덕분이다. 민간의 제작 활성화와 분야별 스텝을 육성해야 한다. 인천에 음악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시작한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음악 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 서울로 가게 된 것이다.

3. 팬(시장)에게 노출하기 위한 고민 : 음악 시장은 로컬과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시장 구분이 없이 인천의 인디밴드가 글로벌 음악가나 유명 아이돌과 음원 사이트에서 같이 경쟁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콘텐츠를 노출하여 팬을 만들어 내고, 배포와 홍보 루트를 더욱 확보하기 위한 고민과 진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4. 로컬 음악가와 팬에서 시작, 음악산업으로 음악도시까지 연속성 있는 장기 프로그램 필요 : 음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장르, 업종, 범위 등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묶어서 연속성 있는 연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좋겠다. 장르(K-POP, 인디 등에서 더욱 확장된 재즈, 클래식, 국악 퓨전 등)별, 업종(작사·작곡·편곡·연주, 프로듀싱, 디자인, 사진, 영상, 작가, 마케팅 등)별 음악 신이 형성되고 산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요구되는 분야를 연간 주제를 잡아 제작, 교육 등 전반적인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으로서 범위 역시 인천 지역-로컬 전체-아시아권-북미·유럽권 순으로 확장하여 연간 주제와 목표를 잡아서 이를 확장해가는 방식이다.

5. 협업 시스템 구축 : 지원사업 이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다년 지원 프로그램과 공연·축제 외부 협력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민간영역에서 고군분투 중인 레이블, 협업단체, 각 지역 음악창작소 등의 네트워킹, 음악 콘텐츠 제작 기업과 유통 플랫폼들을 인천에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6. 각 기관의 음악 시설 및 공간 활성화 프로그램 : 지금까지 만들어놓고 사용이 미미했던 공간들, 가동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을 민간에서 운영 대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레코딩 스튜디오, 공연장과 리허설 스튜디오 등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활용하면 좋겠다. 공간 운영은 민간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단체가 얼마든지 있다. 일부 필요한 장비가 보완되고, 엔지니어 등은 프로젝트별 단기 외주 인력으로 운영 가능할 것이다.

7.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과 자산화 : 2020년 이후 라이브 이벤트와 페스티벌이 감소하면서 온라인으로 이벤트가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고, 현재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잘 아카이빙하고 디지털 상품, 구독, 후원과 NFT의 수익화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8. 민간주도와 공공주도 사업의 균형 :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과 이벤트가 민간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 있는 민간의 콘텐츠와 협력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 배포 홍보 각 분야에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지 고르게 들여다보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정례화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 지난해 8월 인천 중구 아트플랫폼 광장에서 진행된 인천레코드플랫폼에 30여팀의 셀러가 참여했다./사진제공=필자
▲ 지난해 8월 인천 중구 아트플랫폼 광장에서 진행된 인천레코드플랫폼에 30여팀의 셀러가 참여했다./사진제공=필자

필자는 2008년 인천 부평에서 공연장 운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음원 음반, 콘서트, 페스티벌 제작 등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올해는 인천 중구에 음반가게를 론칭하고, 온라인 스토어로 연결되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서울레코드페어X서울뮤직포럼 제작 참여에 이어 작년 '인천레코드플랫폼'을 론칭하여, 뮤지션들의 쇼케이스와 음반 및 MD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레코드마켓을 개최하고 있다. 인디레이블을 운영하며 현재 약 1200여 타이틀의 음원과 음반을 제작했다. 또 소규모 공연장 운영과 투어형 페스티벌 '사운드바운드' 등 음악을 통해 확장된 콘텐츠와 유통 홍보 채널들을 모색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제작 이후의 배포와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2021~2022년 '인천시티팝'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창작가요제를 진행했다.

음악은 강력한 대중성과 편리한 접근성으로 세대를 아우르고 유행을 선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 개인의 창작물이 발표되고 연주되며 함께 즐기는 영역으로 확장 공유된다. 이러한 음악 콘텐츠가 인천이라는 로컬이자 수도권에서 활발히 제작되고 경쟁하며 산업을 이루고 성장할 때, 우리 인천은 음악 도시의 관문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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