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표면. /사진=EPA, 연합뉴스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달에 임시 기지, 그리고 정착촌을 세우려던 인류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달 표면에서 물 수천억t을 얻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AP 통신,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중국과학원대학교(UCAS) 등 국제 연구진은 중국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할 때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했다.

▲ 달 표면에서 발견된 유리 입자들. /사진=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홈페이지 발췌, 연합뉴스

해당 연구진은 이 토양 샘플에서 지름 1㎜ 미만의 작은 유리 알갱이 117개를 발견했다.

이 알갱이는 과거 운석이 달과 충돌하는 순간 만들어졌고, 이후 태양에서 방출되는 이온화 가스의 흐름, 흔히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불리는 태양풍을 맞으면서 물을 함유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즉, 혜성이나 운석이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땅속의 규소가 녹았다가 굳는 과정에서 유리 알갱이가 생기는 과정에서 그 안에 수소 양이온이 대부분인 대전 입자로 구성된 태양풍과 달 표면의 산소 원자가 만나 물(H₂O) 분자의 주요 성분인 수산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천문학계에 따르면 이 유리 알갱이가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유리 알갱이 수십억 개가 달 표면 전체에 걸쳐 분포해 있으며, 이들이 머금은 물의 양은 최소 3억t에서 최대 2천700억t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각의 유리 알갱이에 담긴 물은 적지만 이를 모으면 수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영국 오픈 대학 소속 행성 과학·탐사 교수 마헤쉬 아난드 씨는 섭씨 100도 정도로 이 유리 알갱이를 가열하면 곧바로 안에 있는 물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으로 인간과 로봇이 달 현지에서 곧바로 필요한 물을 채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도 탐사 위성을 통해 달 극지방과 지표층 안에 물이 있다는 증거를 찾은 바 있으나 이곳의 물을 채취하는 방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유리 알갱이에서 얻은 물을 우주인 식수, 로켓 연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아난드 교수는 역시 추후 달 탐험가에게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달을 탐사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발견이 달에 임시 기지, 나아가 정착촌을 건설하려는 인류의 계획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계를 포함해 지구 밖을 꿈꾸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