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자료화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튀니지의 경제 위기와 불법 이민자 단속 등으로 외국인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탈리아로 향하던 이민선이 침몰해 최소 29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튀니지 해안경비대는 이날 지중해에 접한 튀니지 해안에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 등이 타고 있던 이민선 3척이 침몰해 최소 29명이 숨지고 11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어 튀니지 해안경비대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튀니지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는 것을 막는 조처를 하고 있음을 밝히며 지난 4일간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 80여 척을 막고 이민자 3천여 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에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본부를 둔 사회경제권리포럼(FTDES)의 롬단 벤 아모르 씨는 "하루에도 수천 명씩 목숨 걸고 항해 시도하는 지금 상황은, 특히 이번 주에 매우 비극적이다"라며 "관리들은 선박 전복에 대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와 실종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튀니지는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출발지가 되면서, 유엔에 따르면 올해 튀니지를 떠나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한 이민자는 최소 1만2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300여 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튀니지에서 유럽으로 가는 이민자가 급증한 이유로는 기존 출발지 역할을 했던 리비아가 이민자 단속 강화에 나서면서 튀니지로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몰린 데다 경제 위기에 빠진 튀니지와 국제통화기금(IMF) 간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튀니지 정부가 자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는 음모론을 제기해 아프리카연합(AU)과 인권단체 등의 비난을 산 바 있다.

해당 발언 이후 튀니지 내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져 유럽으로의 탈출이 더욱 늘고 있으며, 아이보리코스트와 기니 등 일부 국가는 튀니지에서 외국인에 대한 불관용 분위기가 증가하는 것을 염려해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튀니지 해안경비대의 조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 24시간 사이에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아프리카와 중동 이주민 2천500여 명이 도착했음을 밝혔다.

극우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해안에 난민 물결이 들이닥칠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막기 위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