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자료 부족·인력난 타령
총리실 인정 대상 한정 조사
시민단체, 도 소극행정 비판
제주도 적극적 행정과 대조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에 나선 반면 경기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경기도가 소극적인 행정을 한다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일보 3월9·10·13·14일자 1·3·6면 등 보도>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최근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04~2015년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 지원위원회(이하 총리실)가 발굴하지 못한 피해자를 찾겠다는 취지다.
앞서 총리실이 해당 조사 기간 심의한 결과 제주도 내 피해자는 2852명이었다.
그런데 총리실이 근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거나 심의 기간 신청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본 정부가 전달한 명부를 비롯해 우리 정부가 생산한 명부 등을 소장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의 강제동원자 명부를 보면 제주도 출신은 1만500여명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지난 20일 도정 현안 회의에서 이를 언급한 뒤 “제주도민들이 입은 피해는 발생 시기와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끝까지 도정이 나서 도와야 한다”며 “도정 차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할 방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자체적인 피해자 조사에 나서거나 정부에 건의하는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제주도는 추후 전문가들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경기도는 관련법상 피해자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도는 2019년 3월18일~7월17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 실태조사'를 했을 때도 총리실이 인정한 피해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도의 조사가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경기도 역시 제주도처럼 총리실이 인정한 피해자 수와 강제동원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수의 차이가 크다.
인천일보가 분석한 결과, 총리실이 인정한 경기도 내 거주 중인 피해자는 2016년 기준 1127명이었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강제동원자 명부상 경기도 본적지로 분류되는 피해자는 11만명이 족히 넘는다. 100배나 많다는 의미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지회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문의가 수시로 올 만큼 피해자들이 수두룩하다”며 “그만큼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가 적기도 하고 조사 기간이 짧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지자체라도 나서 정책을 보완해야 하는데 경기도는 제주도와 상반된 행정을 보인다”며 “국회 등 정치권처럼 사실상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관련법을 따져보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조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제 피해 사실을 비교하며 인정해야 하는 고증자료는 물론 이를 맡을 인력 역시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인규·정해림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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