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기술과목에서 책꽂이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두고 난감했었다. 하는 수 없이 어딘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학교 근처에 있던 목공소였다. 그 곳이 바로 미추홀구 내 목공예 상가 밀집 지역이다. 지금이야 목공예점과 목공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특화거리'로 변신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아무튼 '목공 장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필요한 나무를 구해 책꽂이 제작 숙제를 완성했던 기억이 새롭다.

현재 숭의목공예마을로 불리는 거리는 수도권 전철 1호선 도원역∼제물포역 구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엔 대부분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숙련공들이 목공예점과 목공소를 운영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이 마을을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으로 선정해 '목공예센터'를 지었다. 국·시비 등 총 16억원을 들여 연면적 499㎡(지상 3층) 규모로 건립했다. 앞서 숭의목공예마을은 2012년 행정안전부의 '희망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뽑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센터 1층엔 주차장·안내사무실·공동작업장 등이 마련됐으며, 2층엔 목공예 체험학습장과 전시실이 들어섰다. 3층엔 목공 전문 교육장과 디자인 자료실 등을 배치했다. 센터에선 숭의목공예거리 상인들의 공동작업, 사업 활동, 주민들을 위한 목공예 체험, 목공 관련 일자리 전문교육장 등으로 이용한다. 미추홀구는 문화자원 전승을 활용해 낙후된 구도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방면으로 목공예마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숭의목공예마을 장인들의 생활을 담은 '나뭇결 따라 살아온 삶' 출판기념회를 20일 오후 학산소극장에서 연다. 이 책은 어려웠던 시절을 겪으며 시작한 목공 일이 평생의 업으로 된 목공 장인 19명의 생애를 담았다. 배다리에서 태동해 도원역 인근에 목공예 상가가 밀집했던 지역 이야기를 포함한다. 아울러 사용하던 나무의 종류와 변천 등을 통해 나무산업의 흥망성쇠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7명의 미추홀시민기록단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구술준비부터 면담·촬영·원고정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며 책을 만들었다.

요즘 목공예점은 경쟁력 약화로 인해 점차 쇠락하는 중이다. 전통 목공예의 맥이 끊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이런 의미에서 숭의목공예마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매우 뜻 깊다. 앞으로도 인천에서 희망을 일구는 목공예의 터를 닦고 길을 넓혀가길 바란다. 나아가 우리의 고유한 솜씨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전통 목공예를 살려 보존할 다각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세웠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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