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서 운반하는 산업용 기계이다. 화물의 적재 및 하역, 건설 재료 이동 등에 사용되다 보니 크기와 모양, 종류도 다양하다. 흔히 볼 수 있는 크레인으로는 아파트 등 건설 현장에서 건축 자재를 옮기는 타워크레인을 들 수 있다. 조선소에서는 골리앗 크레인, 항만에서는 갠트리 크레인이나 컨테이너 크레인이 있다. 즉 크레인 없이는 아파트나 같은 고층 건물을 짓거나 선박을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크레인을 둘러싸고 나라 안팎에서 말이 많다. 정부는 '월례비'를 받은 건설기계 조종사의 면허를 법원 확정판결 없이도 최대 1년간 정지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건설사에 부당하게 '월례비'를 요구했다는 것인 데, 최근 법원 판결(광주고법 2023.2.16. 선고 2021나22465)을 보면 '월례비'는 부당이익이 아닌 임금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 건설 현장에서 '월례비' 관행 책임은 정부와 건설업계에 있다. 건설사는 건설산업이 호황이던 1980년대까지 건설기계를 소유하고 이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으나, 1990년대 들어 건설기계 대부분을 외주화했다. 이에 따라 타워크레인 조종사 같은 건설기계 조종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전환됐다. 건설산업 특성상 공기 단축이 생명인데, 결국 이 때문에 '월례비'라는 급행료를 지급하며 위험한 작업을 요구하며 공기를 단축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크레인이 '월례비'로 입방아에 올랐다면, 나라 밖에서는 중국산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끄럽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안보 당국의 말을 빌려 미국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 상하이 전화중공업(ZPMC)이 생산한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 즉 '트로이 목마'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ZPMC의 크레인들이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어, 군수 물자에 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ZPMC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 항만에서 사용되는 크레인의 80%는 ZPMC에서 제조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항구 10곳에서 운용되는 크레인 총 809기 중 52.8%인 427기가 ZPMC 제품이다. 아니나다를까 언론에서 크레인 보안성 점검을 해야 한다고 떠들썩했다. 인천항에 있는 113기 크레인 가운데 68.1%인 77기도 ZPMC 제품이다. 미국이야 중국과 패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손 쳐도 우리까지 침소봉대하여 인천항 스파이 크레인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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