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 말 1사 상황에서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태그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팀이 역전당한 상황, 대타로 나서 2루타를 치고도 강백호(kt wiz)는 왜 침울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야 했을까.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 대한민국과 호주와의 경기 7회 말 4-5로 호주에 뒤진 한국 대표팀에서 1사 후 최정(SSG 랜더스) 대신 타석엔 강백호가 섰다.

강백호는 소폴드의 유인구 2개를 잘 골라낸 뒤 이후 시속 136㎞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 펜스까지 날아가는 비거리 113m짜리 2루타를 쳤다.

1점 차 상황에서 동점을 기대할 수 있는 2루타를 친 만큼 본인의 활약에 기뻤던 강백호는 한국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에 취했다.

동점 주자가 득점권에 자리한 순간, 외야에서 공을 이어받은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데닝은 지나치게 감격에 취해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것도 잊은 강백호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태그플레이 후 심판진은 세이프를 선언했지만, 호주 더그아웃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강백호는 강하게 '세이프'라고 주장했지만, 중계 화면에는 강백호의 발이 떨어진 순간 정확히 태그되는 장면이 그대로 잡혔다.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되고, 강백호는 '태그 아웃' 처리됐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쳐 강백호의 이 황당한 실수는 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번 WBC 해설진으로 합류한 KBO리그 전설적인 선수들 역시 답답해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강백호의 껌 씹는 장면을 보고 태도 지적했었던 박찬호 KBS 해설위원은 이날 한동안 침묵하다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장면"이라는 일침을 남겼다.

이종범 MBC 해설위원은 "끝까지 공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고, 이대호 SBS 해설위원도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 야구대표팀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결국 재역전패했다.

이제 한국은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있게 됐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