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재연됐다.
지난달 23일 전북 고창군 흥덕면에서 불법 체류하며 농사일로 돈을 벌던 태국인 부부가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영하 날씨에 화로에 숯을 넣어 난로를 피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 2년 2개월 만의 일이다. 그녀는 취업비자를 가지고 포천에 있는 한 채소 농장에서 일했다. 영하 16도까지 내려간 한파에 사업주가 제공한 불법시설물에서 지내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속헹씨의 죽음은 사고 이후 1년이 지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짐승만도 못한 삶'. 이주노동자들이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등 도저히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광경을 곁에서 지켜본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그들의 삶을 이렇게 압축했다. 움막 같은 변변찮은 곳이라도 돈을 내야만 기거할 수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농촌 지역의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유입을 정책목표로 체류 기간 연장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노동현장에서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 최초로 마련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인권 및 지원 조례'가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도는 이를 토대로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를 위한 기숙사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의회와 도의 새로운 정책 도입이 기댈 곳 없는 이주노동자를 구제하고, 차별이 일상화된 이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속헹씨의 불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비극의 고리는 끊어져야 한다.
/박다예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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