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정찰 기구'가 미국 본토 영공을 침범하자 미국은 F-22 전투기를 띄워 정찰 기구를 미사일로 쏘아 격추했다. 현재 미-중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정찰 기구 건으로 양국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기구란 쉽게 말해 풍선이다. 제멋대로 떠도는 풍선이 미국과 중국 관계를 위기에 빠뜨리다니 어처구니없다.
기구는 프랑스 제지업자인 몽골피에 형제가 처음 발명했다. 몽골피에 형제는 1783년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군중 13만 명 앞에서 기구 시연을 한다. 몽골피에 형제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기구에 타지 못했고 기구만 공중에 띄웠다. 사람이 기구에 탄 건 두 달 뒤에 일어났다. 두 달 뒤 필라트 로제와 프랑수와 달라드가 기구에 탄 채 비행에 성공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고대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장치를 고안하고 비행을 시도했다. 물론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가 밀랍으로 붙인 새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 추락해 죽은 것처럼 대부분 죽거나 크게 다쳤다. 위대한 화가인 다빈치도 비행장치를 만들어 비행을 시도했다. 다행히 다빈치는 비행 시도 중 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기구를 이용해 최초로 비행한 필라트 로제는 기구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다 동료와 함께 추락사했다.
기구의 원리는 간단하다.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이용하면 된다.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공기 평균 분자량은 28.8인데 분자량이 28.8보다 작은 기체는 기구에 사용될 수 있다. 즉 공기보다 분자량이 작은 수소(분자량 2), 헬륨(원자량 4), 네온(원자량 20)은 기구에 사용될 수 있다. 이 가운데 값이 싸고 만들기 쉬운 수소가 많이 사용되나 수소는 폭발성이 있어서 위험하다.
이번 중국 정찰 기구 사건과 같이 기구가 전쟁이나 분쟁 도구로 사용된 적도 많다. 1849년 오스트리아군은 베네치아를 공격하기 위해 폭탄을 실은 무인 기구를 날려 보내 적이 있다. 1870~1871년 프로이센이 파리를 포위 공격하자 파리는 기구에 긴급 정보를 담아 외부로 날려 보냈다. 기구에 동력장치를 단 비행선 역시 기구이다. 1937년 나치 독일의 비행선 힌데부르크호는 착륙 도중에 폭발하여 수십 명이 사망했다. 원래 헬륨을 넣기로 했는데, 미국이 적대국인 독일에 헬륨을 팔지 않아 수소를 넣는 바람에 폭발 사고가 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탈북자 단체 등이 풍선을 이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해 남북의 군사 위기가 격화된 적이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 강화와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25차례에 걸쳐 561만장의 대북 전단이 뿌려졌다고 한다. 2011년에는 백령도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던 계획이 서해상에 내려진 풍랑주위보로 무산되기도 했다.
/조혁신 논설실장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