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디아스, 꼬모 에스타 우스때드”(안녕하십니까?) “비엔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4일 오전 11시20분 중간고사 기간인 영일외국어고등학교 2층. 스페인어 어학실에 모인 주부들이 이 학교 돌리스까 힐라레스(Dorlisca Hilares·43) 선생님의 지도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었다.
 환갑을 훨씬 넘긴 할머니에서부터 30대 주부까지 9명의 수강생들은 더듬더듬(?)거리면서도 힐라레스 선생님의 발음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 줄 모른다”며 “한국인에게도 귀에 익은 라틴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드라마나 코미디 등 비디오물을 통해 전화걸기나 이름을 말하고 물어보기 등 스페인어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말하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110여명의 주부들이 영일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마련한 무료 외국어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외국어 강좌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5개 강좌.
 이 학교 이영자 교장(53)은 “경제특구 지정과 함께 인천은 앞으로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인천 유일의 외국어고로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국제도시의 시민으로서 걸맞은 외국어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무료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화요일 중국어 숙제를 하지 못해 30분이나 일찍 왔다는 이금영씨(49·산곡1동 현대아파트)는 “원래는 영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늦게 신청하는 바람에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처음엔 자꾸 잊어버리고 생소한 발음에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숫자도 읽을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제를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처럼 주부들은 배우고 싶어서 외국어 강좌에 나섰는가 하면 중국에 있는 친척을 만난다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매주 2차례 영일외국어고를 찾고 있다.
 게다가 다른 사설학원들과 달리 공짜(?)로 강좌가 개설돼 영어와 중국어, 일어의 경쟁률이 치열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
 주부들의 열기는 인터넷상에서도 뜨겁다. 수업이 끝나도 개인적으로 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www.youngilf.hs.kr)를 통해 선생님들과 다시 만난다.
 최명동 교감(49)은 “주부들의 열기가 대단하지만 수업일수를 늘려달라는 주부들의 요청엔 수강생들의 얼굴 보기가 난감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