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항전' 목소리
▲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옮긴이 박누리·박상현 웅진지식하우스, 1만6000원
▲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옮긴이 박누리·박상현 웅진지식하우스, 1만6000원

"국민 여러분 우리는 모두 여기 있습니다 독립을 지켜낼 것 입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바뀐 것은 없다. 세상은 여전히 두 나라 전쟁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려 급급하다. 너무 멀리 있는 우리에게 이 전쟁은 잊혀지고 있다.

이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그때가 오버랩된다. 크림반도를 점령한 러시아에 솜방망이 대응으로 일관했던 미국과 유럽 등 나토, 전쟁 징후로 떨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급박한 나토와 EU 가입 요구에도 손길조차 내밀지 않았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홧발에 국토가 유린당했다. 전쟁 초 러시아의 압승을 점쳤지만, 우크라이나의 강한 민족성은 이 전쟁을 옳고 그름이란 '가치관'의 싸움으로 규정시켰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전 연설문 19편으로 구성됐다.

젤렌스크는 러시아 침공 서른여덟 시간 후 32초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로 국민의 동요를 잠재웠다. 그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모두 여기 있습니다. 우리의 군인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 사회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을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독립 국가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크는 현대인의 습성을 잘 읽었고, 이를 연설로 녹아냈다.

TV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시청자의 구미를 간파한 그. 이에 세상은 나약할 것으로 대통령 젤렌스크를 여겼지만, 그는 민중 심리를 읽었고 이를 통해 조국 수호를 위해 국민 앞에 섰다. 그렇게 이 전쟁의 부당함을 각인시켰고, 우크라이나를 향해 세계의 도움을 끌어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말로 '투르(tut)', 즉 '여기에' 있었다. 그는 전쟁 직후 미국이 국외로 피신시키기 위한 비행편 제공을 전했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은 탈 것이 아니라 탄약입니다”고 답했다.

이 책의 머리말을 쓴 '아르카디 오스토로프스키'(영국 작가이자 언론인)는 “젤렌스키는 과거 많은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달리 지역적, 언어적 분열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동시대에 사는 우리 정치인에게 내뱉은 무언의 경고 같다.

젤렌스키는 강조한다.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은 우리입니다"라고.

2022년 12월21일, 미국 의회 연설에 나선 젤렌스키는 “이 투쟁은 단지 유럽의 땅덩어리 한 조각을 놓고 벌이는 영토 싸움이 아닙니다. 이 투쟁은 단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가 정복하려는 국가들의 생명, 자유, 안보를 위한 싸움만이 아닙니다. 이 투쟁은 우리의 자녀와 손자 손녀, 그리고 그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가 살아갈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정의하게 될 싸움입니다”(190p)라고 규정했다.

앞서 4월24일 부활절 연설에서는 “우리의 아이들을 돌보소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소년 소녀에게 행복한 유년기와 성년기, 노년기를 허락하소서. 이 전쟁으로 찢긴 끔찍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 만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하소서. 숨바꼭질 술래 대신 폭탄을 피해 숨어야 하고,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대신 총알을 피해 방공호로 달려가야 하고, 여름휴가가 아닌 피란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이 잔인한 놀이를 강요당한 아이들의 삶을 굽어살피소서”(144p)라고 기도한다.

2022년 8월24일 우크라아나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젤렌스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과거에 우리는 그것이 '평화'라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승리'라고 말합니다”(p.169)라는 입장을, 2022년 6월9일 OECD 연설에서 “세계는 지금 몇 가지 전 지구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와 에너지 위기, 그리고 흔히 지정학적 위기라 일컫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가치의 위기라 부릅니다”(P. 175)라고 밝혔다. 이 책의 인세는 파괴당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나이티드24에 기부된다.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아나에 영광을).”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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