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조·최선화 지사, 1938년부터 46년까지
딸 제시 중국 출생부터 부산 도착할 때까지기록
손녀 김현주, 2019년 임정 100주년맞아 정리
조소앙·김구 선생 등 임정 요인 따스함 느껴져
▲ 제시 일기 원본. /사진제공= 독립기념관
▲ 제시 일기 원본. /사진제공= 독립기념관

3·1절 104주년이 일주일 남았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지 9년이 지난 1919년은 우리에게 '민족자결주의'를 실현할 뜻깊은 해였다.

인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서 첫발을 내디딘 한성임시정부를 한 축으로 결성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는 그렇게 기약 없는 독립운동에 나섰다. 동시대 친일, 변절자 역시 해방이 오지 않기를 바랐을 거다.

<제시의 일기>는 양우조·최선화 지사가 1938년 7월4일 첫 딸인 제시가 태어난 날부터 해방 후 부산에 도착하는 1946년 4월29일까지 번갈아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이다. 특히 임정이 일제와 중·일 전쟁을 피해 중국 창사에서부터 리저우를 거쳐 치장, 충칭의 고된 여정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19년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제시의 딸 김현주가 다시 책을 정리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제시를 품은 양우조는 “아기 이름은 제시(濟始)라고 지었다. 영어 이름이다. 조국을 떠나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 그 아기가 자랐을 때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제 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아기 또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능력 있는 한국인으로 활약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었다”며 “세상에 나온 걸 축하한다. 우리 제시!”라고 썼다. 그리고 한달 후 최선화가 펜을 들어 “이시영 선생님에게 약을 처방 받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새삼 새로운 날이다”며 이국땅에서 어머니를 떠올렸다.

양우조는 1941년 사천선 충칭에서 둘째 제니가 태어난 그때 “옆방에서 시계를 들고 이제나 그제나 하며 기다리고 계시던 조소앙 선생님의 초조한 모습과 남아가 태어나기를 바라던 김구 선생님 이하 여러 노인 선생님들(원로 국무위원들)의 느낌은 달랐다”며 “모두 미래의 독립투사 한 명을 아쉬워하는 오늘의 현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 제시의 일기 양우조·최선화 지음 김현주 정리 우리나비288p, 1만6000원<br>
▲ 제시의 일기 양우조·최선화 지음 김현주 정리 우리나비288p, 1만6000원

그렇게 <제시의 일기>에서는 임정 요인들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백범 김구는 제시가 태어날 때 하루종일 제시 재롱에 즐거워했고, 만오 홍진은 자라를 잡아주는 등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분으로 묘사됐다. 백산 지청천은 체격 좋고 술 좋아하는 목소리 큰 분이고, 해공 신익희는 체격에 맞게 점잖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아동주일이라며 아이들에게 당과값(과자)을 아이들에게 금일봉을 주는 모습은 훈훈하다.

최선화 지사의 고향을 인천으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최 지사는 개성에서 태어났고, 평양에서 공부했으며 이화여전을 나왔다. 아직도 최 지사의 고향을 인천이라고 잘못 쓴 기록이 많다. 인천시,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제물포구락부 등 다양하다.

양우조 지사는 환국 후 1947부터 2년간 인천에 귀속재산(적산)으로 남겨진 '인천제마방직회사'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김현주는 이를 “제대로 된 옷이 없어 헤지고 낡은 옷차림의 동포들에게 옷을 만들 수 있도록 옷감을 많이 만들어 주자는 할아버지의 꿈이 20년 후에 마침내 독립된 조국에서 결실을 맺었다”고 정리했다.

한편 양우조·최선화 지사는 인천에 본적을 뒀다. '인천일보'와 '미추홀구청'이 백방으로 지적등본과 과거 항공사진을 분석해 위치를 찾았다. 이 곳은 여러 번 지번이 바뀌고 구획이 변했지만, 인천제마방직회사 사택 인근으로 추정되는 현 인하대 아고라광장 주변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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