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포천시 한 마을에 수십 마리의 고라니 사체가 발견됐다. 포천시는 뒤늦게 진상파악에 나서서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시는 이렇게 방치된 사체 110마리 더 찾아내 폐기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천시뿐만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농작물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로 유해야생동물로 보고 있다. 각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조례 등을 제정해 고라니, 멧돼지 등 유해동물을 잡으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이 방식이 허술하다. 포수(엽사)가 유해동물의 사체 사진이나, 꼬리를 시·군에 제출하면 포상금을 주는 형식이다. 포상금 규모는 통상 1만∼10만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시 사례처럼 포수는 유해동물의 사체 사진이나 꼬리만 각 지자체에 제출해 포상금만 챙기고 사체는 포획장소 등에 방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관련 규정에는 사체를 소각하거나 매몰하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유명무실하다. 한겨울 언 땅에 사체를 매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소각에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포수의 유해동물 사체처리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조차 갖추고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의정부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자원회수시설에서 사체 소각이 끝난 포획 건수에 대해서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안성시는 포수가 유해동물을 잡으면 전담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사체를 확인하고 냉동창고로 사체를 운반한다.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야 포상금을 주고 있다.
하루 빨리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유해동물 관련 처리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고라니처럼 같은 유해동물인 멧돼지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방치되고 있다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방역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발 빠르게 유해동물 규정을 정비하지 못하면 옛 속담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사회비용은 모두 시민의 몫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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