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계 말투 흉측하게 흉내 냈다 비난에 직면한 미국 퍼듀대학-노스웨스트 총장./사진=시카고 abc방송 화면 캡처, 연합뉴스

 

미국 한 공립대학 총장이 졸업식 도중 자신이 하는 말 속에 담긴 무게를 간과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폭스뉴스·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디애나주 소재 퍼듀대학은 전날 종럽식 진행 도중 몰상식한 언사로 인종차별 논란에 직면한 토머스 키온 퍼듀대학-노스웨스트 총장에게 공식 견책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교수진과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키온 총장은 퍼듀대학-노스웨스트 겨울 학위수여식에서 한 축사자가 "창의적 언어를 시도해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하자 마이크를 이어받은 뒤 뜻을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낸 후 "내 아시안 버전 (창의적 언어)"이라고 답했다.

좌중을 웃기려는 시도로 보였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일자 키온 총장은 "공격적이고 무감각한 발언이었다"며 인정한 뒤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퍼듀대학 이사회는 "키온 총장의 발언은 공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형편없는 수준의 즉흥적 웃음 유발 시도였다"며 22일 견책 결정을 발표했다.

이어 "키온 총장의 발언은 격에 맞지 않고 축하와 화합의 분위기로 기억되어야 할 졸업식장에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유사 사건 재발 시 해고를 포함해 추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 같은 이사회 결정이 "충분치 않은 대응"이라며 키온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퍼듀대학-노스웨스트 교수 평의회는 앞서 지난 19일 키온 총장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135 대 20으로 가결한 바 있다.

토머스 로치 퍼듀대학-노스웨스트 교수 평의회 의장은 대학 이사회를 오만하고 완고하다고 비난하면서 "이번 결정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키온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교수진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퍼듀대학-노스웨스트 교직원 87%가 이미 키온 총장 '불신임'에 투표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콜레트 모로우 영문과 교수 역시 "이사회가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학생 모두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대학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퍼듀대학-노스웨스트는 인디애나주 주립대학인 퍼듀대학 시스템에 속한 5개 대학 중 하나로 약 1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해먼드와 웨스트빌 2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키온 총장은 2016년부터 퍼듀대학-노스웨스트 총장으로 부임해 재직 중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