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B에게 종이를 말아서 던졌는데 다행이 맞지는 않았지만, B는 A를 신체폭력으로 신고했다.’ ‘C가 학교복도에서 지나가면서 D를 째려봤는데, D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껴 C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E는 같은 반 10명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생각한 끝에, 10명을 집단따돌림으로 신고했다.’
학생들간의 사소한 장난, 오해, 갈등이 증폭되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 피해학생, 가해학생 및 관련 보호자들 모두 고통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이제 학교폭력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과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의 각 요인들의 상호 작용으로 나타나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목적은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선도와 교육, 분쟁조정을 통한 인권보호, 건전한 사회구성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학교폭력 발생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재발 방지, 피해학생 및 가정의 일상으로의 회복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여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은 사안 처리 중심의 과정으로 피해측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
학폭 미투에서 극단적 선택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유명한 연예인, 인기 운동선수 등이 과거에 일어났던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았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어른이 된 피해자는 그때 당시 학교폭력으로 유명인이 가해학생으로 처벌받지 못했고, 그 충격으로 아직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해자로 낙인찍힌 유명인은 해명하거나 법적인 조치를 강행한다고 하지만, 이미지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래전 피해자들은 가해자 대상으로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폭 미투를 하는 용기를 낸다.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와 트라우마는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2021년 광주, 강원 등 학교폭력의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여 충격을 던졌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국민들의 청원을 얻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사전 징후가 분명히 존재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고, 피해학생의 마음을 헤어려주지 못한 결과이다. 사소한 오해, 장난, 갈등에서 시작된 폭력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가해학생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푸른나무재단에서 발표한 ‘2022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율은 2020년 6.7%에서 2021년 7.0%로 전년대비 0.3%p 상승하였으며, 학교폭력 피해유형으로 사이버폭력(31.6%), 언어폭력(20.8%), 따돌림(16.1%), 신체폭력(11.2%)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이버폭력 피해율은 2019년 5.3%, 2020년 16.3%, 2021년 31.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받은 이후 피해학생 10명 중 2명은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스스로 단념하기 때문이다. 피해학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가해학생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34%를 차지했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학생, 가해학생, 목격학생 모두가 뽑은 것은 바로 주변 어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었다. 학생 주변의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적극 나서야하는 이유이다.
피해학생 보호와 일상회복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일선학교에는 위클래스, 교육지원청에는 위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기관에서는 피해학생 심리상담 및 조언, 위기 학생 대응을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전국 평균 32.3%로, 미배치한 학교가 67.7%에 육박한 현실이다.
사안이 발생하면 분리조치를 진행하며, 피해자가 요청하면 긴급보호조치, 관계회복, 학교폭력전담기구,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으로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와 절차를 운영한다. 그러나 동일한 사안이라도 피해학생의 요청, 학교장의 의지, 학교의 여건, 교육지원청의 심의·의결 등에 따라 피해학생 보호수준의 격차는 천차만별이다.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피해학생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 해당되겠지만,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 사안조사시 관련 절차 정보제공 부족, 학생 및 보호자 확인서 작성 또는 대면 상담시 부적절한 대처 등 학교측과의 갈등이 발생한다. 이때, 피해학생측은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처리방식의 미비를 걸고 넘어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교육지원청 학폭 심의개최일 전까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긴급보호조치를 발동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피해호소를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같은 학급에서 발생한 학폭사안으로 학급교체 등으로 곧바로 긴급보호조치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우성 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올 어바웃 학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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