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화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 이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으로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현재 금리인 3.75∼4.00%보다 0.50%포인트 올린 4.25∼4.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2007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는 최근 15년 사이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뒤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7차례에 걸쳐 공격적으로 올려왔다.

특히 지난 6월을 시작으로 7월, 9월, 11월에는 사상 최초로 4연속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보다 7.1%로, 10월의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밑도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금리를 총 4.25%포인트 인상했다며 "이젠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내년에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FOMC 위원 19명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내년 말 금리가 5.00~5.25%(중간값 5.1%)로 나타났는데,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에도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들어온 10∼11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월간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환영할만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확신하기엔 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에 당분간 이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한 1.2%보다 0.7%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내년 인플레이션은 3.1%, 실업률은 4.6%로 각각 예상했는데 9월 전망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은 0.3%포인트, 실업률은 0.2%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줄이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게 됐다.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내년 1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연준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더 벌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소로 꼽힌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았지만,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 차가 최대 1.25%포인트로 커졌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