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200여개국 대표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가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대표단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의제 참여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300여명이나 참여하였다.
WSSD는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하여 결의된 지난 10년동안의 의제 추진내용을 평가하고 향후 지구환경현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준비된 대규모 국제회의였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학계와 행정기관 등 각 지역에서 지방의제 활동을 열심히 참여한 사람들이라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하였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에 동의하지 않은 미국 부시 대통령 불참,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간 입장차이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알맹이 없이 말만 무성한 허울좋은 회의가 되어 세계 시민사회단체들은 1992년 리우 회의보다 10년이나 뒤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하였다.
세계정상회의에서는 물, 에너지, 건강, 농업, 생물다양성 등 5대 과제로 나누고 5대 과제에 대한 다양한 소주제 토론 및 포럼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 세계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세계정상회의가 자본주의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회의기간 내내 항의 시위를 주도하였다.
결국 각국의 이해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실천계획이 결여된 선언적인 성격의 합의문이 채택되어 발표되었는데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15년까지 깨끗한 식수를 먹을 수 없거나 하수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수를 반으로 줄인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증가시킨다. 2020년까지 유해화학물질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금지시킨다. 세계화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인정한다. 2010년까지 희귀동식물의 멸종률을 급속히 줄여 나아간다. 지구환경금융을 통해 사막화방지협약의 이행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한다. 빈곤퇴치를 위한 세계연대기금을 설치한다. 그러나 기금에의 기여는 자발적으로 한다. 국가 및 국제차원의 깨끗한 통치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임을 인정한다. 사전예방의 원칙과 차별화된 공동책임의 원칙을 재확인한다.
그런데 이번 회의중 특기할만한 사건은 9월2일 샌톤 컨벤션센터에서 캐나다, 중국, 남아공 출신 등 6세에서 14세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세계정상들을 비난하는 발언이었다. 아이들은 “당신들이 지구를 하나 더 살 수는 없어요” “사람이 죄를 지으면 교도소로 보내집니다. 그런데 우리와 환경을 해치는 사람들을 벌주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요?” “어른들은 돈과 부에 대해 너무 걱정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네요” “세계어린이들은 당신들에게 실망했어요” 등 거침없이 정상들을 질타하여 큰 참가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날 어린이들의 메시지는 지구와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이 목소리를 듣고 어린이를 단순한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의 파트너로 인정해주어야 하며, 지금 당장 어른들의 이기심과 자국 이해관계를 버리고 지구 평화와 환경을 위해 행동을 취하라는 뜻이었다.
또 하나 이번 회의의 가장 주요한 의제는 바로 ‘빈곤’ 문제였다. 이번 회의가 빈곤국가의 하나인 남아공에서 열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해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환경문제를 비롯한 복지, 노동, 여성, 문화 등 인류 현안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남아공 최대 빈민도시인 소웨토지역을 참가자들이 방문할 기회를 가졌는데 소웨토지역은 120㎢에 4백50만 인구가 살고 있다. 아주 작은 방 한 칸에 전 가족이 모여 살고 있는데 양철로 지붕과 벽을 만들고 전기와 수도시설도 없이 우리나라 달동네와 주거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남의 품팔이와 노점상, 시간제 식모 등으로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50% 이상이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기다가 에이즈로 죽어 가는 사람도 하루에 70명에 이를 정도로 기아문제는 국제적 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소수 백인들의 생활은 흑인과 20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부유하게 살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으며, 선진국 국민들이 비만 등으로 살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빈곤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환경문제는 단지 어느 한 지역,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피해 역시 국지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이번 세계정상회의가 정치적 선언에 그쳐 알맹이 없이 폐막되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세부 이행계획을 조속하게 수립하여 나름대로 지구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국가가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해 나아가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구는 하나뿐이며, 지구환경이 파괴되면 인류도 함께 멸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중앙과 지방정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우리 사회 전 구성원이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