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선수들./사진=연합뉴스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90여 분간 혼신의 투혼을 펼친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깜짝 성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브라질을 상대로 16강전 내내 고군분투했음에도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선수들 인터뷰를 보면 1 대 4 패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한국 대표팀 왼쪽 안방을 든든히 책임진 수비수 김진수(전북)는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솔직히 더 뛰고 싶었고, 어떻게든 잘 막아보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안 움직였다. 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무겁게 입을 열기도 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나폴리) 등 그라운드에서 쉴 새 없이 뛰었던 선수들 역시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부족했던 점들을 먼저 떠올려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후회 없이 뛰었다"며 후련함을 드러내기도 해 팬들로선 안심이었다.

벤투호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열정과 경기력으로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 대 0으로 팽팽히 맞섰고, 2차전에선 가나에 0 대 2로 끌려가다 조규성(전북)의 멀티 골로 맹추격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3차전에선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2 대 1 역전승을 거둬 16강의 기적을 이뤘다.

황인범은 "결과가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며 "팀이 흔들리는 일도 많았는데 우리가 뭉치고 서로 믿으며 해온 것들을 지난 세 경기를 통해 보상받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장인 손흥민(토트넘) 역시 "안타깝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노력하고 헌신하며 준비한 부분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전 역전 결승 골로 한국의 16강 진출의 주역이 된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브라질전을 마친 뒤 경기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아쉬움과 후련함 등 여러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 듯 보였다.

 

▲ 선수들 격려하는 벤투 감독./사진=연합뉴스

 

처음으로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경험한 젊은 선수들은 멋지게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유럽, 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해외에) 가서 더 성장하고 싶고, 한 번 더 맞붙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며 "큰 벽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디든 가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벤투호의 플레이메이커로 큰 존재감을 과시한 이강인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내 모든 점이 다 부족했다. 모든 부분을 향상해야 한다"면서도 "형들과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선수로서 발전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 발전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4년 여정을 마무리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결별을 선택했다.

이에 태극전사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감사함을 전하며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