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난화에 해빙 속도 빨라지는 북극 영구 동토./사진=EPA,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 또 다른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온 상승으로 시베리아 영구 동토가 녹아내리게 되면서 수만 년 동안 갇혀 있었던 전염성을 가진 병원체가 대거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러시아, 독일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지난달 의학 논문 사전 등록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org)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는데, 시베리아 야쿠츠크 지역의 영구 동토에서 약 4만8천500년 전 호수 밑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류 앞에 처음 나타난 바이러스 13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토양과 강은 물론 무려 2만7천 년 전 죽은 시베리아 늑대의 창자에서도 발견된 이 바이러스들은 아직 충분한 전염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라고 연구진은 설명하며, 이 같은 재활성화 속성을 들어 이 바이러스들을 '좀비 바이러스'로 칭했다.

WP는 과거 연구진이 이미 영구 동토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분리해낸 바 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더 많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의 바이러스학 교수 장미셸 클라베리는 "찾아볼 때마다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번에 연구된 바이러스는 아메바에만 전염성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자들은 코로나19 병원체 같은 다른 부류의 바이러스는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보다 취약해 저온을 견딜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지상으로 노출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자들은 얼어붙은 동물 내에 잠복하다 노출되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2016년 러시아 북시베리아에서는 폭염으로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사슴 사체가 노출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와 접촉한 어린이 1명이 탄저병에 걸려 숨지고 성인 7명이 감염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었다.

WP는 시베리아가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라면서 땅속에 얼어붙어 있던 유기체가 노출되는 일도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