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소중히 하며 길따라 걷는 인문학 기행,
'람(남)'과 내가 배려의 눈으로 삶을 느끼는 아침 독서
'맑'은 샘물의 근원지인 19년 무감독 시험
'은'하수가 쏟아지는 가을, 펼쳐진 공감 캠프파이어
'학'생과 촌장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바로알기 학습
'교'직원과 학생이 우리가 되어 펼치는 사제동행 스포츠리그
여주시 강천면에 위치한 강천중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를 실천하고 있는 학교다. 1978년 개교해 2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강천중은 '스스로 참되고 부지런하게'라는 교훈 아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배려', 서로 소통하며 연대하는 '공감', 앎을 통해 삶이 '행복'해지는 가치를 같이 실현하고자 교육공동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
올곧은 인성과 배움의 열정을 가진 학생, 전문성과 사명감을 지닌 교사, 신뢰와 사랑으로 참여하는 학부모가 함께 '서로 배려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함께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강천중 관계자는 “강천중은 혁신학교 4년을 운영하며 작지만 강한 학교, 교육과정이 다양한 학교, 아름다운 전원학교로 거듭나는 중”이라며 “교육공동체가 함께 '사람맑은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
지난 9월28일 강천중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공감캠프'가 진행됐다. 학생자치회에서 주관한 이 날 행사에 나 또한 자치회 일원이자 학생으로서 공감캠프를 진행 및 참여했다.
이번 공감캠프는 약 한 달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진행됐다. 이전의 준비 기간보다 짧아 조금 바빴으나 막상 이렇게 지나고 보니 이만큼 보람찬 일이 없었다.
주 활동은 공동체 부스 활동과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였다. 공동체 부스 활동으로는 노래 맞추기, 협력 공놀이, 몸으로 말해요, 릴레이 그림, 도전 99초, 종합 퀴즈 등이 선정됐으며 모두 학생자치회를 통해 결정 및 진행됐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장기자랑 시간이 이어졌고 이후 캠프파이어를 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늘 참여만 해왔던 공감캠프를 3학년이 돼 직접 기획하고 진행에 참여해보니 확실히 지난 공감캠프들과는 조금 색달랐다. 백지에서 시작해 조금씩 채워 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재밌는 일이었다. 당일에는 무엇 하나 어긋날까 불안하기도,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공감캠프의 마지막 활동이었던 캠프파이어 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매우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찼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캠프는 학생자치회 주관이기는 하지만 늘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도운다. 가령 부스 활동 시간에는 선생님들께서 진행을 함께 도와주셨고 레크리에이션 시간과 캠프파이어 시간에는 방송부와 다른 2, 3학년 학생들의 도움이 있었다.
강천중학교의 가치 중 하나는 공동체 의식이다. 이번 공감캠프를 통해 많은 학생이 함께 모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듯이 앞으로도 공감캠프라는 행사를 통해 공동체라는 가치를 알아갔으면 한다.
/김태희 3학년
'19년 무감독 시험' 작지만 강한 학교
강천중학교는 올해까지 19년째 무감독 시험을 하고 있다. 시험 전 다목적실인 강솔관에서 선서식을 하고, 시험 당일은 담임 선생님과 선서문을 낭독한다. 선서문 내용은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지혜로움,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 실천하고 행동하는 양심을 다짐한다.
무감독 시험은 먼저 선생님께서 시험지를 배부한 후 문제에 관한 질문을 대비해 복도에 나가 대기하며 시작된다. 이후 시험 종료 10분 전 학급에 가서 답안지를 교체하거나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시험을 치른 후엔 설문조사를 통해 성찰과 개선방안을 찾아낸다.
전체 시험이 끝나면 학생회에서는 모두 수고했다는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간식을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하고, 간식 봉투 안에 수고했다는 편지도 함께 넣어준다.
간식을 주는 행사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많이 좋아하는 행사 중 하나다.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서로 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무감독 시험은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며, 강천중학교의 특색과 전통이 되었다. 선생님들도 무감독 시험을 언급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양심'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다.
장채원 학생회장은 “강천중학교의 19년 전통인 무감독 시험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전국의 몇 안 되는 무감독 시험 학교라는 점이 강천중학교를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김영서 3학년
고운 사랑 깃든 아름다운 '전원학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면서 학생들은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낀 채로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그렇게 3년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또 새로운 것에 적응된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학교에서 공부라는 것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조금씩 어색하고 서툴렀다.
우리 학교는 이런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바로 '한울타리'다. 한울타리 프로그램은 강천중 wee 클래스에서 주관해 운영된 활동으로 사제동행 뒤뜰 야영, 목공 체험, 요리 체험,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사제동행 뒤뜰 야영은 학생들과 함께 공동체, 공연, 마음나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체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해 진행했다. 1부에서는 공동체 게임 및 캠핑준비를 했으며, 2부에서는 각자 1가지씩 장기를 발표하고 마음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했다. 사제간, 또래 간, 선후배 간 함께 하는 활동 덕분에 학교가 일종의 울타리가 되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목공과 요리 체험은 작품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나눔을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목공의 경우 학교 주변 목공소와 연계해 공동체 활동을 할 테이블과 의자 8개를 제작했고, 은행나무 밑에 설치해 강천공동체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요리 체험의 경우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한 끼 식사'를 주제로 비빔국수, 베이컨 떡말이, 사각김밥 등을 만들었고, 친구들과 선생님을 초대해 완성된 음식을 나누었다. 특히 학교 텃밭에서 키운 애플민트 허브를 활용한 '레몬힐링청'은 전교생이 함께하는 시음회를 열기도 했다.
개인 또는 학급 단위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학급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계기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개인주의가 강조되고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가는 시점에 한울타리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활력을 찾는 기회가 되었다.
/윤세영 1학년
'교육과정'이 '다양화'된 학교
강천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을 다양한 체험으로 전개해 같은 내용을 훨씬 더 재밌게 배울 수 있다.
미술 과목의 경우 지난 7월에 진행한 '여름방학 아트 캠프 활동'으로 전시회 대비 개인별 미술작품 제작하기, 업사이클링 아트센터 체험하기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어 흥겨운 방학생활이 됐다. 아름다운 강천중 교정에서 자유롭게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과학에서는 2학년 태양계 수업에서 천체망원경을 직접 이용해 학생들이 여러 행성을 조사해 발표했다. 우주의 신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여름방학 때부터 추석까지 달 관측을 꾸준히 하며 우주에서 일어나는 자연법칙을 스스로 알게 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사회 교과에서는 마을·학교 연계 학습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마을에 대해 조사한 후 인물과 장소를 섭외해 인터뷰했다. 학교 옆 회사를 방문해 직업인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마을에 있는 여성생활사박물관에서 여성과 마을의 역사, 문화, 생태를 탐구해 마을 바로 알기에 큰 도움이 됐다.
국어에서는 시를 매체로 하여 미래와 삶에 관심을 갖고(눈길), 마음을 나누며(마음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손길, 발길)을 하는 인문 프로젝트, '동시(動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의 시 게시 및 원화전시를 통해 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년별로 사진 시와 삼행시 제작 및 전시, 마음을 전하는 시 엽서 낭송을 한다. 인문학적 정서를 함양하고 공감의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이다.
또, 시와 그림을 활용한 체험 위주 독서토론동아리 '동시화'와 본디세종연합동아리 '그림책통'을 운영해 타교 친구들과 문학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박한결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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