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바꾸려다 '킹달러' 실감"
이번 달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4로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은 20대 A 씨.
그런데 아이폰14 판매 가격(기본 모델 기준*)이 그 전 모델이었던 아이폰13보다 무려 15%나 오른 걸 보고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해외 직구를 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외국 사이트 속 아이폰14 가격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애플의 가격 인상이야 늘 있었던 일인데 새삼 왜 A 씨는 놀랐을까요.
킹달러가 만든 '기현상' 때문이죠.
한국 내의 아이폰14 정식 발매가가 미국에서 직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저렴해진 겁니다.
나날이 치솟는 환율이 아이폰14의 직구 가격을 계속 올리게 되면서 한국의 발매가를 넘어버렸습니다.
#1. "'빅스텝' 때문에 연이자가 월급이 됐어요"
최근 적금이 만기가 된 B 씨는 은행을 찾았다가 1년 예치하면 연 4.5%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은 빅스텝에 맞춰
저희도 연 4.5%로 정기예금 금리를 '크게' 올렸습니다.
1억을 1년만 묵혀 두셔도
(세전) 연이자 450만 원을 손에 쥐시는 거예요.
안 그래도 연일 하한가 기록하는 주식 시장과 거래 절벽이라는 부동산 시장에 투자처를 고심하던 B 씨는 쏠쏠한 이자 수익에 안전자산인 은행권 예금으로 마음을 정하게 됐습니다.
#2. "영끌해 집 샀는데…'빅스텝'에 집 포기해야 할 판"
지난해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을 끌어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30대 C 씨.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연초부터 계속 오른 이자에 막막한데
기준금리가 또 올라서
이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대까지 오른답니다.
집을 포기해야 할까 봐요.
대한민국을 출렁이게 만들었다는 이 단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시나요?
킹달러
달러의 '초강세' 현상을 일컫는 말.
2022년 들어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해 세계적 경기 침체 위협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며 자주 사용되고 있다.
실제 2022년 달러 가치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베이비 스텝 · 빅 스텝 ·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폭은 0.25%(p) 정도로, 이를 베이비 스텝이라 부른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이보다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하기도 하는데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것을 빅 스텝, 한 번에 0.75%(p) 올리는 것을 자이언트 스텝이라 칭한다.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대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환율 시장에서 달러는 말 그대로 초강세, 원화는 약세.
사실 원화만 약세는 아닙니다. 다른 주요국 통화 모두 힘을 잃고 있죠.
미국이 자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를 잡기 위해 연일 금리를 올리고, (이젠 공조 대신 각자도생이 대세인 듯합니다.)
주변국들 죄다 '악 소리' 내는 킹달러 현상을 모르쇠 하면서 말 그대로 지구촌 전역이 총성 없는 전쟁 중인데요.
20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 사람 잡는(?) 킹달러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울적한 평가를 하였습니다.
달러는 앞으로 10∼15% 정도
더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
이 추가 강세가 진행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심각한 경제적 역경에
직면할 수 있으니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긴급진단 : '글로벌 거시경제 위험과 정책적 시사점 : 이번에는 정말 다른가?' 웨비나 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그의 주장대로라면 아직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미치는 달러 강세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서 추가로 진행될 경우가 진짜 위험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 이유는 내년엔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는 에너지 자급·원자재 수출국인 선진 강대국들보다 아무래도 신흥국들이 더 세게 오기 마련이 조심해야 한다는 거겠죠.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 연말뿐 아니라 내년까지 꽤 긴 시간을 동안 공격적인 계획을 추구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연준은 다음 달(11월) 금리를
다시 대폭 0.75%p 인상하는 선택안을 향해 질주하며
내년 금리 역시 더 올리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1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보도
떨어질 기미는커녕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다음 달 미 연준이 금리를 0.75%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금융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됐고, 이제 12월에 관심을 두자고 하네요.
가파른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고물가가 미국 경제의 영구적 특징으로 자리 잡을 것을 우려하는 연준 측이 당장 금리 인상 폭을 낮출 이유는 없어 보이긴 합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 대내외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도 물가를 잡는 게 최우선으로 다소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당분간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었습니다.
연준의 질주도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확정인 듯한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또 뚝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이로 인해 국내 물가는 또 한 번 크게 휘청이진 않을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의 고심 깊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세계 경제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과장은 아니었네요.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