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유보지, 영종 운명 판박이]

LH-인천공항공사 기싸움…2024년까지 허송세월

제3 유보지 영종 교통의 중심
밀라노디자인시티·RFC 등
20여년 수차례 개발 시도 실패

인천공항공사 “60만평 달라”
물류단지·주차장 등 활용 계획

LH, 2025년에나 활용안 확정
주민 뜻 따른 청사진 장담 못해

인천 중구 영종도의 '마지막 블루칩'인 제3유보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며 국토교통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제3유보지는 희망 고문으로 지쳐간 '영종도'와 판박이 같은 운명을 지녔다.

16일 인천시, LH,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제3유보지에 인천공항이 전체 부지 362만2565㎡ 중 약 60%인 210만㎡(60만평)을 요구했다. 제5활주로 예정 부지와 맞닿은 곳부터 바다까지 길게 이어진다.

인천공항은 제1물류단지 100% 임대가 끝났고 제2물류단지 또한 2024년 다 찰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3유보지 60만평을 공항구역 편입 및 자유무역지역 지정 후 제3공항물류단지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유보지의 과반수를 차지하면 이 부지를 활용한 영종하늘도시 개발계획은 모두 백지화될 수밖에 없다. 또 물류단지 특성상 화물차 통행 증가가 불가피하고, 물류단지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LH 입장이다. 시 또한 인천공항공사 요구대로라면 인천 전반의 도심형항공교통(UAM) 계획이 어긋나고, 중구의 봉안당 설치 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십 년 제3유보지 개발 난항을 겪으며 고통받은 영종 주민들의 요구인 '관광', '레저', 'MICE' 등이 빠그러져 투자유치 등이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제값을 받겠다'며 제3유보지 개발에 미적거린 LH가 인천공항공사 부지 요구에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인천공항공사가 2024년 5월까지 5단계 마스터플랜을 짜고 이어 공항예정 지역의 공항건설기본계획 등을 확정할 때까지 LH가 “제3유보지 개발 계획은 보류한다”고 밝힌 만큼, 이후 두 공기업 부지 싸움은 국토부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국토부가 “땅값 비싸다”고 결론 내리면, 그동안의 LH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20년 개발 흔적으로 상처 난 영종의 축소판이 제3유보지이다.

 


 

▲ 영종 제5활주로(예정) 주변 개발 현황./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LH, 인천국제공항공사

“유보지 개발 방향은 주민의 뜻을 반영해 영종국제도시와 주민들에게 힘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계획이 수립돼야 합니다.”

다 알고 있다. 제3유보지가 인천 중구 영종 미래의 청사진이란 것을. 이 땅에서는 개발 시도가 수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껏 '성공'된 사례는 1건도 없고, 다시금 2년 이상의 숙려기간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영종 주민의 뜻에 따른 개발 청사진이 마련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과연 영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러다 영종에 뿌리내린 주민 입장은 무시되고, LH와 인천공항공사의 칼질에 희생될 수 있다. 20년 영종의 생채기는 제3유보지가 겪은 아픔으로 대변된다.

 

▲희망고문 '제3유보지'

인천 영종하늘도시 3단계 유보지 약 362만㎡(약 110만평)을 일컫는 제3유보지. 이곳은 영종 교통의 중심이자, 인천공항공사와 접근성이 가장 높은 땅이다. 중구 운서동 영종나들목(IC)과 신불 IC사이에 있어 영종지역 어디로든 접근이 가능하다. LH와 iH가 각각 70%와 30% 지분이 있다. 사실상 영종 개발주체인 LH가 이 땅의 운명을 움켜쥐고 있다.

매력의 땅, 제3유보지에서는 개발이 번번이 좌절됐다.

2008년 민선4기 인천시는 이곳을 이탈리아 패션 도시를 목표로 '밀라노 디자인시티'로 계획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유치까지 성사되지 못해 최근까지 영화와 텔레비전 스튜디오 역할로만 쓰였다. 2011년 인천월드시티와 2013년 슈퍼클럽리조트, 2014년 영종ACV 등이 줄줄이 무산됐다.

2015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나선 폭스테마파크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인천시가 2017년 RFC(사업 제안) 공모까지 했지만 성공 사례는 없다. 계절 변화가 뚜렷한 자연환경과 인근 개발 미비, 관광 수익성 부족 등이 외자 유치 실패 이유로 꼽히지만 가장 큰 불발 이유는 '땅값'. 영종하늘도시 전체 중 일부로 '제3유보지' 부지 가격을 책정하느냐, 아님 '제3유보지'만을 떼어놓고 매매 협상에 나설 것인지의 입장차 때문이다. 여기에 매매 없이 '무상임대'로 땅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두 경우 적게는 3.3㎡당 1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영종과 제3유보지 땅 가치는 치솟게 되는 만큼 개발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는 점이다.

영종 봉안시설과 UAM 설치도 제3유보지 운명처럼 기약 없다.

2008년 시와 LH 협약으로 시작된 영종 봉안당 건립은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UAM은 제3유보지 건립 목표만 세워졌을 뿐 구체적 부지 위치와 규모 등은 확실치 않다.

 

▲마지막 진검승부, LH 대 인천공항공사

지난 4월 배준영(국, 중구·강화군, 옹진군) 국회의원 주체로 '영종하늘도시 3단계 유보지 활성화 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15년 방치된 제3유보지의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만남이자, LH와 인천공항공사 간 제3유보지 부지 사용 방안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LH는 “유보지는 항공 지원 기능과 도시지원, 상업지원 등의 사업추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뜻을, 인천공항공사는 “스마트물류클러스터 개발 등은 내부 기획 단계지만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LH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건국대 등을 통해 '장기간 개발지연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한 개발방향 도출'을 목표로 제3유보지 개발방향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연구용역은 세상에 빛을 못 보고 있다. 인천공항이 제3유보지의 반 이상인 약 60만평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50만평은 일부 절토 후 제3공항물류단지로 쓰고 10만평은 주차장 등 공항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항구역으로 편입하면 항공법에 따라 장애구릉 등을 깎아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이를 기초로 인천공항공사는 5단계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세운 후 그해 공항건설기본계획과 실시계획까지 마칠 계획이다.

LH는 인천공항공사의 뜻에 따라 2024년까지 제3유보지 개발방향을 세우지 않을 방침이다.

제3유보지는 2025년 이후에나 활용 방안이 확정된다. 특히 20만∼30만평밖에는 줄 수 없다는 LH와 기존 물류기지 포화로 새 물류기지를 바라며 60만평 이상을 요구 중인 인천공항공사의 논의는 이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지 가격 또한 영종하늘도시와 제3유보지 조성원가를 놓고 승부가 펼쳐진다. 사실상 정부 공기업인 두 기관의 수 싸움은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판단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주영·정혜리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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