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랄·미생물 풍부한 간척지서
'사시사철 해풍' 맞고 자라 찰기 으뜸
개발제한지역으로 '농업용수 청정'
독보적인 일조량·뚜렷한 일교차
이러니 강화섬 쌀 맛있을 수밖에
▲ 강화섬 쌀로 지은 흰 쌀밥. 비료를 적게 사용해 단백질 함량이 낮고 찰기와 윤기가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강화섬 쌀밥이 식은 뒤에도 밥맛이 좋아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사진제공=강화군 문화관광 공식 블로그
▲ 강화섬 쌀로 지은 흰 쌀밥. 비료를 적게 사용해 단백질 함량이 낮고 찰기와 윤기가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강화섬 쌀밥이 식은 뒤에도 밥맛이 좋아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사진제공=강화군 문화관광 공식 블로그

우리 문화는 쌀을 중심으로 피어났고 쌀은 생명을 잇는 끼니요, 삶의 원동력이자 희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이 땅에서 발견되면서 우리 농경문화는 1만2000년 넘게 꽃을 피워왔다. 일찌감치 맛과 우수성을 입증받은 우리 쌀. 그러나 산업화 이후 분식 장려와 서구화된 식단 변화는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고 우리의 쌀 산업과 농가는 위기를 맞게 됐다. 껌값보다 못한 쌀값. 대한민국이 밥심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옛말.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농쌀직썰 3부'에서는 전국 방방곡곡 주요 쌀 생산지를 찾아 '우리 쌀'의 우수성을 전하고 일찍이 쌀 소비 급감으로 농가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일본 현지를 방문해 우리 쌀 농가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섬. 마니산을 중심으로 갯벌과 바다, 너른 들판까지…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자원의 보고. 바로 강화도다.

강화도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격동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섬이다. 고려시대에는 도읍을 강화도로 옮겨오며 한반도의 중심지로 역할 했었다. 강화도는 갑작스러운 천도로 인구가 급증하게 됐고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도록 벼농사를 지어왔다. 특히 강화도 지역의 쌀은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제21화 드셔보시겨, 인천 강화섬 쌀' 편에서는 인천 강화도 지역의 대표 쌀, '강화섬 쌀'을 알아본다.

 


 

▲ 일조량이 풍부하고 해풍이 사계절 내내 부는 강화섬에 쌀이 무르익고  있다.
▲ 일조량이 풍부하고 해풍이 사계절 내내 부는 강화섬에 쌀이 무르익고 있다./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1%의 기적

강화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으로 사시사철 해풍이 부는 곳이다. 해풍에 영향을 받은 토양은 미생물이 많고 마그네슘이 풍부해 비옥한 토지를 만들어 낸다. 주로 간척지에 벼를 재배하면서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토양은 벼의 여뭄을 좋게 한다.

특히 강화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낮 일교차가 뚜렷해 좋은 쌀을 맺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여름과 가을의 큰 일교차와 일조량은 쌀의 미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 강화도의 일조량은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인다. 기상청 평년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지난해 9월 일조시수가 이천이 5.5, 철원이 6인 것에 반해 강화는 7.1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강화지역의 농업용수는 지하수나 강우의 의존도가 높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 벼의 생장을 돕는다. 또 접경지역인 강화도는 개발제한 지역인 동시에 갯벌 보전 지역으로 묶이면서 공해가 적어 청정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강화도는 전국의 1% 면적을 차지하는 곡창지대이기도 하다. 강화도의 벼 재배면적은 총 9914㏊로 매년 4만9820t가량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이토록 강화도 쌀이 명성을 얻고 있는 데는 뛰어난 밥맛 덕분이다. 강화 쌀은 비료를 적게 사용해 단백질 함량이 낮고 찰기와 윤기가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밥이 식은 뒤에도 밥맛이 좋아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

 

▲
▲ 강화섬 쌀이 누렇게 익자 고개를 숙여가고 있다./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우리 입맛엔 '우리 쌀'

사시사철 해풍부는 강화도에서는 어떤 품종들이 재배될까?

강화 지역에 주요 재배 품종으로는 삼광이 34.5%로 가장 많이 재배된다. 뒤를 이어 참드림 27.0%, 고시히카리 10.3%, 찰벼 4.2% 순이다. 이중 고시히카리는 1956년 육성돼 60년 넘게 재배되고 있는 가장 인기 있는 대표적 쌀 품종의 하나로 밥맛이 우수하다.

특히 순도 95% 이상의 우량 종자로만 길러지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 6.0% 이하, 품위등급 '특'만을 엄선해 출시하고 있다.

강화군에서는 15㏊ 이상의 특화 농지를 조성하고 토양관리부터 재배, 품질관리를 통한 고품질의 고시히카리 쌀을 공급할 예정이다.

강화군은 우리 품종 보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최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쌀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농촌진흥청(국립식량과학원), 농협, 농업인, 소비자와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에 나서 '나들미'를 개발했다. '나들미'는 단백질 함량이 5.8%로 낮으며 찰지고 맛이 좋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전국 소비자 밥맛 평가단에서도 밥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조기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은 올해 1ha 규모의 채종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내년까지 시범재배 단지를 100ha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나들미' 농가실증포를 운영해 가공·유통 단계부터 수확 후 시식 평가까지 소비자의 평가를 받아, 지역에 적합한 파종 시기, 시비 방법, 등숙률, 수확량 등 자료를 수집, 농가에 보급할 방침이다.

 

▲'강화섬 쌀 팔아주기' 운동

최근 강화군은 농업인의 경영안전과 쌀 산업 보호를 위한 '강화섬쌀 팔아주기' 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햅쌀 수확기에 접어든 벼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군은 '강화섬쌀 팔아주기 운동'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에 강화군은 7068t을 매입해 시장격리에 나서는 등 쌀값 안정과 재고량 해소를 위해 선제적 노력을 해오고 있다.

군은 인천지역 각 군·구 지역 행사에서도 '강화섬 쌀 이용'과 '강화섬쌀 팔아주기 운동' 참여를 당부하고, 자매결연 도시 등에 강화섬 쌀 구매를 요청했다.

또한 택배비와 포장재, 농산물 마케팅, 직거래 장터 등 필요한 지원을 강화해 고품질 강화 농특산물이 경쟁력을 갖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강화군은 지난 20일 '경쟁력 있는 농·축·어업, 잘 사는 농·어촌 실현'을 위한 '농·축·수산업 발전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농·특산물 포장재 지원사업 추가지원 ▲수산물 유통물류비(택배비) 지원사업 ▲패류종패 살포 사업 ▲가축전염병 예방사업 ▲임업·산림 공익직불제 추가 신청 ▲벼 적기수확 및 적온건조 기술지도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현안 사업이 논의됐다.

유천호 군수는 “유례없는 쌀값 하락과 코로나19 여파로 판로가 막힌 인삼 농가들이 특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청정지역인 강화도는 해풍과 터가 좋아 농특산물의 품질이 좋고 맛이 우수한 강화 농특산물이 유통·소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이봉영 한국농촌지도자 인천광역시연합회 강화군 회장

 "헐값에 팔릴 쌀이 아닌데…여러분, 딱 3개월만 강화쌀 드셔주세요"

▲ 한국농촌지도자인천광역시연합회 이봉영 강화군 회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저 멀리 논을 가리키고 있다.
▲ 한국농촌지도자인천광역시연합회 이봉영 강화군 회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저 멀리 논을 가리키고 있다./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올해도 풍년이 들었지만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딱 3개월만, 맛좋고 몸에도 좋은 강화 쌀을 드셔주세요.”

농심이 분노했다. 끝도 모르고 추락하는 쌀값에 농민들이 일어섰다. 전국 각지 농민들은 농기계 시위·삭발 항의·논 갈아엎기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t의 쌀을 시장격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쌀값 안정에는 미지수로 남아 농민들의 근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 이봉영 강화군 회장의 심정도 애타기란 마찬가지다.

“다 오르는데 쌀값만 지지부진합니다. 추수를 앞두고 걱정이 큽니다. 곧 햅쌀을 거둬드리면 묵은쌀은 찬밥 신세가 될 텐데…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죠.”

맛 좋기로 소문난 강화 쌀마저 판매 실적이 부진해 이 회장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풍년이 들었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석연찮다. 공급 과잉으로 여전히 쌀값 하락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풍작이 좋아 6만평 농사짓는 사람이 90t이 더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예전보다 먹거리가 많아졌고 달라진 식문화 탓이 크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

이 회장이 이토록 안타까워하는 데는 강화 쌀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 때문이다.

“우리 쌀은 간척지에 짓기 때문에 토질이 매우 우수해서 맛 좋은 쌀을 생산합니다. 해풍 맞고 자란 우리 쌀은 어느 지역보다 찰기가 좋고 우수한 미질을 자랑합니다.”

이 회장과 강화군 농민들의 바람은 오로지 하나다. 1년 내내 땀 흘려 지은 농사가 헛되지 않은 것뿐.

“쌀값이 도통 오를 기미가 없습니다. 딱 3개월만 인천시민들께서 강화 쌀을 애용해주시면 지난해 쌀을 모두 소진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강화 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관련기사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제 22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 소로리 볍씨 쌀은 오랜 세월 우리의 삶과 역사를 지켜온 고마운 존재다. 또한 인류를 배불리 먹여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더욱이 세계 인구의 절반은 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쌀에 관한 놀라운 사실 한 가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바로 대한민국 충청북도 청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생명의 씨앗2001년, 전 세계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는 일이 이 땅,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충북 청주시(당시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일대로 발견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밝혀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제24화 위기의 쌀, 미래를 찾아서 ① 쌀, 우리는 없어서 못 팝니다.”곤두박질치는 쌀값, 도시로 빠져나간 젊은 인력들, 끝도 모르고 높아지는 유가. 국내의 쌀 산업은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1930~1940년대 연평균 1인당 쌀 소비량이 118㎏에 이르던 일본은 2000년대 들어 52㎏까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찍이 쌀 소비 급감으로 직격탄을 입은 일본은 다양한 대처 방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점차 쌀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제24화 위기의 쌀, 미래를 찾아서 ②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속에도 쌀값만큼은 예외다. 국내 쌀값은 올해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쌀 소비까지 줄어들면서 쌀 산업은 역대급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쌀이 서구화된 식단에 밀려 점차 설 자릴 잃어가고 있는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쌀 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일본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처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관광 상품과 연계한 쌀 소비 대책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끌며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대안으로서 [신간] '천년밥상 경기米 이야기' 우리 쌀의 과거·현재·미래 경기도 천 년 역사 속 경기도민의 든든한 '밥심'이 돼 온 경기미의 옛이야기를 다룬 인천일보 기획 기사가 책으로 출간된다.'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경기미의 옛이야기를 기록하고,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우리 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책은 크게 '제1부 경기이야기', '제2부 경기인의 밥상', '제3부 우리 쌀, 우리 미래'로 구성됐다.제1부는 예로부터 경기지역의 비옥한 영토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뛰어나 고급미로 주목받아온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