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맹점에 갇힌' 한국 출생·대만 국적 발달장애인]

'최대 2년' 일률적 보호기간 탓
장애로 국적 취득 쉽지 않은데
타 시설 이전도 어려운 상황 …
건강도 안 좋아 퇴소시 위험 커
▲ 악세사리와 인형을 좋아하는 왕씨가 가장 좋아하는 '피글렛' 인형을 안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50년 세월 나고 자란 한국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대만 국적 발달장애 여성은 시설보호 기간조차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보호시설 운영 방침은 대상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보호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일보 8월4일자 1면 '건보료 체납 장기 체류 외국인 “노숙인 다시 되기 싫어요”'>

4일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측에 따르면 왕모(50·여)씨는 총 3차례 각 지역의 시설에 생활하다 2020년 8월19일 경기도에 있는 지금의 장소(현행 규정상 시설 정보 비공개)로 옮겼다. 왕씨처럼 한국인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고, 보호자와 집이 없고, 장애가 있는 시설 입소자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건강까지 좋지 않아 혈압약과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에 왕씨의 경우 시설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면 신변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보통 1년 안팎으로 몸을 추스르고 퇴소하는 입소자들과 달리, 왕씨가 2년 가까이 이곳 시설에서 머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산·소득과 상관없이 내국인 평균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정책 시행으로 470여만원을 체납, 체류자격 불이익 위험도 안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씨는 오는 18일이면 입소 기간이 끝난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을 통해 위기 이주여성에게 쉼터 및 자립을 지원해주도록 하는데, 관련 운영지침을 보면 입소 기간이 '기본 1년, 6개월 단위로 2년까지 연장'으로 명시됐다.

고작 14일. 시설 관계자들이 최근 방방곡곡으로 알아보고 있는 국적 취득, 장애인 등록 등 방안을 이루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왕씨를 다른 시설로 보내 보호하도록 하는 방법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일반인으로 모여있는 시설 특성상 장애인 입소를 꺼리고 있어서다.

시설 측은 지역사회와 정치권 등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설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에 제발 건강보험 체납액을 면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고, 시와 정치권 등 안 알아본 곳이 없는데 제자리걸음”이라며 “일단 지금 판단했을 때 왕씨는 일단 시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 만약 여기서 나가면 혼자 다니지 말고, 꼭 경찰서라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해줘야 하는 현실이 비통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왕씨는 1973년 4월 대만 국적의 화교 부부 사이에서 출생(충남 아산)한 이후 쭉 한국에서 지냈다. 지난 4월 아주대학교 병원이 진행한 심리평가 결과, 왕씨는 전체 지능(IQ)이 49점으로 '매우 낮음'으로 나왔다. 또 사회연령 5.9세로 장애판정 기준에 해당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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