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마을에서 피어난 꿈' 공연
고국서도 이방인이었던 애환 담아
인천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 그려
이연성 성악가, 노래로 감정 승화
▲ 지난 15일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음악극 '함박마을에서 피어난 꿈' 관객들이 이연성 성악가의 공연을 보고 있다.

“고향에 계신 할아버지의 애절한 노래를 듣는 것 같아요.”

2~3년 전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함박마을로 이주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3세 김 엘레나씨는 15일 트라이보울 객석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인천현장예술기획이 주최하고 인천시티오페라단이 기획을 맡아 이날 오후 3시 펼쳐진 음악극 '함박마을에서 피어난 꿈'을 보면서였다. 고려인의 애환을 연극과 클래식으로 풀어낸 음악극으로 기획된 만큼 객석은 미리 초청한 함박마을 고려인을 비롯해 200명으로 채워졌다.

이번 공연은 고려인 3세 '아샤'와 '그리고리'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인천 함박마을에 정착하기까지 여정을 그렸다. 이들의 삶과 애환이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극에 녹아 있었다.

▲ 음악극 '함박마을에서 피어난 꿈'의 한 장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실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 1세에게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들판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두렵고 낯선 곳이었고 한국은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이었다.

아샤와 그리고리는 연극에서 그 1세인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함박마을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함경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탓에 간첩으로 오인당하는 등 그들이 겪는 고군분투가 현실적이다. 언어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둘은 이방인을 대하는 시선에 깊은 외로움과 소외를 느낀다.

이들의 세밀한 감정선과 역사를 클래식 연주와 성악으로 표현한다. 이연성 베이스 성악가가 부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함박마을 디아스포라의 정서를 관통했다.

차이코프스키 가곡 '그리움 아는 이만 아네'의 애절한 선율과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 '로망스', '먼 길을 따라서'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도 함께 울고 웃었다.

인천의 고려인을 주제로 연극과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섞은 이 공연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융복합 형태로 진행됐다. 연극 부분은 연극인 김병훈이 창단한 인천현장예술기획이, 음악 부분은 솔트인챔버가 맡았다. 이연성 성악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인의 감정을 노래로 승화시켰다.

인천 연수구 연수1동 마리 어린이공원 주변 주택가는 2017년부터 고려인과 여러 외국인이 거주하는 디아스포라 집단촌으로 변모했다. 현재 함박마을에만 3990명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이석준 수습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