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복지부 시범사업 선정
2024년까지 자립 과정살펴
서비스·지원 '롤모델' 마련

지원주택 작년, 총 17곳 운영
상반기 20채 입주자 모집키로
자립지원사 5명도 '신규채용'

지원센터도 올 10~11곳으로
지원기관 연결 네트워크 계획

 

▲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임정훈(32)씨는 인천시 장애인 자립지원주택 3층으로 입주했다./사진제공=인천시
▲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임정훈(32)씨는 인천시 장애인 자립지원주택 3층으로 입주했다./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는 최근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장애인 자립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시범사업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설 거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립하는 과정을 살펴 필요한 서비스, 지원 정책 등을 발굴하고 전국 확대가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든다.

여기에 대상자 발굴·지원기준 구체화, 전달체계 조성 방안 등을 담는다. 올해 관련 예산은 4억3000만원으로 인천시 등 10개 시·도에서 추진한다.

이에 따라 시는 인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이하 주거전환센터), LH인천본부와 함께 장애인 지원주택 확대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중구와 미추홀구 등에 지원주택 20채를 추가로 확보하고 입주자를 모집한다. 특히 미추홀구에 설치하는 주택은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해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어 지원주택 입주민의 자립을 돕는 자립지원사를 5명 신규 채용한다. 입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자원을 조사한다. 대상자에 따라 자립지원형, 정착지원형으로 나눠 가능한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시는 이와 별도로 장애인 자립 정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3월 시청 본관에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스마트 재활일터)에서 생산된 황사방역용마스크(KF94)를 구입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제공=인천시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3월 시청 본관에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스마트 재활일터)에서 생산된 황사방역용마스크(KF94)를 구입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제공=인천시

지난해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적응 단계부터 정착 단계까지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수탁 운영한다.

이에 앞서 2018년 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지원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2020년에는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장애인 지원주택 8채가 문을 열었다. 이 외에도 단기자립생활주택 2곳, 자립생활주택 9곳, 자립주택 6곳 등 자립을 체험할 수 있는 주택 17곳을 운영 중이다. 단기주택은 6개월간, 자립주택은 최장 5년간 거주하며 자립에 필요한 체험과 훈련을 한다.

자립생활지원센터는 올해 10곳에서 11곳으로 확대한다.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포괄적인 자립 생활 정보제공, 동료 상담, 자립 생활기술 훈련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지원한다.

여기에 탈시설 자립지원 5개년 계획 이행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후속 방안을 협의하는 민관협의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학계·현장전문가, 장애인 부모, 인권단체, 공무원 14명으로 구성한다. 지자체와 지역별 장애인주거시설,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등을 연결한 자립 지원 네트워크를 계획하고 있다.

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역시 장애인 자립에 필수요소다. 지역사회 복지 자원을 촘촘하게 연결해 홀로서기에 나선 장애인의 정착을 돕는다.

김충진 시 복지국장은 “인천시를 장애인 자립 선도 도시로 만들도록 지역 내 자원을 모으고 연결하려고 한다”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을 계기로 지역사회로 나선 자립 장애인이 살기 좋은 인천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안정적 주거·세밀한 도움, 지역사회 자립 돕습니다”

장애인주거지원센터 중심
입주민 발굴…운영 모델 형성
타·시도에 모범사례 인정받아

 

▲ 김충진 인천시 복지국장.
▲ 김충진 인천시 복지국장.

인천시는 장애인 지원주택을 확대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인천형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모델'을 수립하기 위해 군·구별 여건에 맞는 서비스, 프로그램, 일자리 등을 지원하는 민관협력형 통합운영체제를 갖추게 된다. 김충진 인천시 복지국장으로부터 자세한 추진상황을 들어봤다.

 

▲ 인천시 장애인 자립지원 정책의 추진 방향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주택 입주민을 발굴하고 자립을 돕는다. 그리고 시·군·구,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주거전환지원센터를 연결한 민관협력형 통합운영 모델을 만든다. 여기에 당사자 중심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인천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지원 방안 연구' 결과에 따라 지역에 맞는 서비스, 프로그램, 일자리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탈시설-자립지원 정책에 맞춰 2018년 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지원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거전환센터 개소부터 지원주택 설치까지 발빠르게 진행해 타 시·도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 기존 장애인 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차이는.

LH는 영구임대주택 중 일부를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장애인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주거만 해결하는 일이기에 반쪽 지원에 그친다.

반면, 지원주택은 안정적인 주거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주거전환센터가 운영을 맡아 면밀하게 장애인 자립을 돕는다. 우선 자립지원사를 배치해 일상을 지원한다. 여기에 병원, 복지관 등 지역 자원을 연결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앞으로 계획은.

3개년 사업으로 올해는 도입기다. 시·군·구 자립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고 인천시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구성한다. 자립 지원사업을 안내·홍보한다. 내년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지원주택 서비스 추가발굴, 직무 매뉴얼 개발 등 내실을 다진다. 2024년은 확대기로 자립 지원 전달체계와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지원주택 운영과 자립지원사 처우 개선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주거전환지원센터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초보' 자취생 이야기

임정훈씨 “나만의 공간서 요양보호사 준비”
이성곤씨 “자립지원사 도움에 하나씩 배웁니다”

▲ 자립에 필요한 설명을 듣는 임정훈씨.
▲ 자립에 필요한 설명을 듣는 임정훈씨.

지난해 인천시 미추홀구에 문을 연 인천 1호 장애인 지원주택은 장애인 8세대가 '독립'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인천시가 행정과 재정을 지원하고, LH인천본부가 주택을 공급해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주거전환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다.

임대보증금은 주택 크기에 따라 350만4000원~375만1000원이고, 월 임대료는 보증금의 약 10% 정도다. 2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갱신한다. 크기는 74㎡, 78㎡ 두 가지 형태다. 지난해 9월 입주자를 모집해 12월 입주를 완료했다.

독립 4개월 차에 들어선 입주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좌충우돌 천천히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초보 자취생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 “결혼해도 여기서 계속 살 수 있는 거죠?”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임정훈(32)씨는 3층으로 입주했다. 지난 4년간 아침에 일어나 걸어서 출·퇴근하는 일상은 똑같지만, 지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사는 곳이 달라지니 삶이 변하고 있다. 혼자서 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서 마음이 설렌다. 저녁 식사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인근 시장과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고른다. 택배도 자주 이용한다. 음식을 해 먹고 텔레비전을 켠다. 여느 20~30대와 다르지 않다.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부터 송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교육을 받는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 저축을 늘려 돈도 모을 생각이다. 결혼을 생각한다.

입주민 중 제일 먼저 이곳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동네 친구도 만들고 싶어 윗집에 사는 형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임씨는 “그룹홈에 있을 때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곤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 4개월간 이 점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젠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 돈을 열심히 모을 생각이다. 재산 관리도 해주고 소소한 지원도 있어 걱정했던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자립을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우선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② “분명히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 했어요!”

4층에 사는 이성곤(39) 씨는 최근 관리비를 더 낼 뻔했다. 이 씨가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며 지원주택 입주민을 지원하는 원수남 자립지원사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다. 꼼꼼히 살피니 지난달 관리비가 연체돼 있었다. 이 씨는 “은행에 직접 가서 냈다”며 불안해했고 원 복지사는 이 씨가 몇 주 전 은행 일을 보겠다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이 씨를 다독이며 온 집안을 뒤졌다. 다행히 계좌이체 영수증을 찾아냈고, 주소를 잘못 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시설에서 오래 생활한 이 씨는 자립에 적극적이다. 입주하기 전 몇 번이나 이곳을 찾아와 방 크기를 확인하고 가구 배치를 고민하고 직접 물건을 골랐다. 정착 지원금을 조금 나눠 썼다. 정작 이사 온 날 숟가락, 젓가락, 밥그릇은 챙기지 못했지만 집안을 채운 TV, 장롱, 침대, 식탁을 보니 마음이 넉넉했다.

이 씨는 “혼자 생활이 즐겁긴 하지만 가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자립지원사가 있어 하나씩 배운다”며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잘할 수 있다. 이제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원주택 주민들의 삶은 거창하지 않다. 임씨는 커튼 하나를 달면서도 뿌듯해 환호성을 지르고, 장내원씨는 집으로 올라가려다 말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귀가하는 이웃을 기다린다.

최슬기씨는 친구와 둘만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안현영씨는 색깔 있는 안경테를 직접 고르면서 각자 독립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주거전환센터, '전담 인력' 배치…사회와 '연결'

2명이 일주일에 3~4차례 방문…장보기·정기검진 등 도움

▲ 이성곤(맨 왼쪽)씨.
▲ 이성곤(맨 왼쪽)씨.

장애인 지원주택은 주거전환센터가 운영을 맡아 지원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역사회를 연결한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주거지원센터는 이곳에 자립지원사 2명을 배치했다. 각 3∼5세대를 맡아 일주일에 3~4차례 각 세대를 방문한다. 인근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동네가 친숙해지도록 돕고 자연스럽게 금전 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입주민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직접 한 요리를 다른 주민과 나누고 집으로 초대한다. 여기에 공과금 납부와 지원금 신청 등 처음 해보는 낯선 일상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옆에서 돕는다.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도 활발하다.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와 연계해 입주민 개인 재산을 보호·관리하고 법률 지원도 한다.

지원주택 인근 인하대병원은 빛과 같다. 정기 검진은 물론이고 이곳에 설치한 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지원도 받는다. 지역 내 보건소와 의료기관, 복지관, 장애인단체를 연결해 원스톱 통합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주택이 위치한 미추홀장애인종합복지관도 손을 내밀었다. '일촌이웃 사업'으로 입주민들의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돕는다.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 일상에서 생기는 소소한 일을 마을과 해결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인천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과 공공후견인 연계 사업과 재가 장애인과 가족에게 센터가 추진 중인 지원주택 사업을 안내하고 시설 입소 예방 활동을 한다. 꿈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로 입주민들을 돕는다.

인천시는 이처럼 8세대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올해 장애인 지원주택을 20채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주거전환센터와 LH인천본부가 지역 내 16개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다. 우선 올해 9월 중 지원주택 2호점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지원주택은 LH가 이미 완공한 주택 중 일부를 공급받아 휠체어를 타거나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새롭게 지을 예정인 지원주택은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편의 시설을 반영할 계획이다.

정재원 인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장은 “시설에서 자립했다고 해서 드라마처럼 놀라운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혼자 장보러 가서 재료를 골라 계산하고 요리하고 이웃과 운동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상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자립이고 독립”이라며 “장애인 혼자 만드는 일상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그들과 함께 하기에 가능하다. 지원주택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