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사업 필요성 주장
직원에 학회 대표 번호 전달
굳이 충남기관과 체결 의문
교장 “학폭많아 추진…고발”

수원시 한 중학교 현직 교장이 학생 심리상담 사업을 배우자가 속해 있는 학회에 주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교육청지부에 따르면 지부는 수원지역 A중학교 B교장이 자신의 배우자가 속한 학회에 2890여만원 상당의 학생 심리상담사업을 주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중학교는 지난 2020년 9월 B교장이 취임한 후 긴급 예산 1500만원을 편성해 '마음 등대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은 1~2학년 재학생 전체에게 청소년성격검사와 문장완성검사, 심층 개별상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을 한 곳은 심리상담을 주로 하는 M학회로, 충청남도에 있는 한 대학교 교수 C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그런데 M학회의 경기남부지부장은 B교장의 배우자인 D씨로, D씨는 C씨의 제자로 알려졌다.

B교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심리상담사업 추진 필요성을 설명한 후 계약처를 찾는 직원에게 C교수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이후 A중학교는 2021년도에도 1392만원의 예산을 들여 같은 곳에 심리상담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지부는 이같은 B교장의 행위가 전임지에서도 있었다며 경기도교육청에 비위의혹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또 행정실 직원에 대해 폭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이 진행하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에 반대하며 삭발투쟁을 했는데, B교장이 동료들에게 '삭발을 해 혐오스러우니 가발을 쓰고 다니라고 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공노 경기도교육청지부 관계자는 “수원지역에도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여러 기관이 있는데도 굳이 충남에 있고 배우자가 책임자 중 하나로 있는 기관을 특정해 계약을 했다”며 “전임 근무지인 교육지원청과 학교,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심각한 비위행위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B교장은 “(삭발한 머리가 혐오스럽다느니 등의) 말은 전혀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또 심리상담 사업 비위 의혹 관련해서는 “학교에 와보니 학교폭력 건수가 많아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업 진행 후 학교폭력 건수가 매우 줄어들어 올해는 심리상담사업을 하지 않는다”며 “당시 경기도내 대학 등에서 상담기관을 찾던 직원이 단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 과거 경기도교육청에 재직 중 알게 된 C교수의 연락처를 준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은 학교와 M학회가 체결한 것이고, 사업을 하다보니 (배우자가 책임자로 있는)남부지부가 하게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일각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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