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사람은 인류가 생활을 이어오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산림치유·산림교육 전문가인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의 시각을 통해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숲과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해봅니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누구나 한 번쯤 좋아하는 계절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계절이 주는 느낌은 다양한 식물이 있는 숲에서 가장 잘 찾을 수 있다.

함께 지나온 2021년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숲 속의 봄은 온통 희망으로 물든 연두 빛 세상이 되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고운 꽃물을 들인다. 여름, 그 뜨거움을 보란 듯이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가 스멀거리면 하늘에선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 한여름 시원한 장대비가 흙 내음을 땅 위로 끌어올리며, 목마른 대지의 갈증을 사라지게 한다. 가을이 되면 초록이 짙어질 대로 짙어진 나뭇잎들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뒤. 은퇴를 선언한 우리네 부모님처럼 자신만의 색을 찾아 가을 숲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마지막 겨울은 화려했던 과거를 숨겨버린 은둔자의 삶처럼 고요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뚜렷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의 단어에서조차 같은 점을 찾을 수 없는 계절의 특징들은 사람들의 경험 속 기억과 느낌으로 수천·수만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뚜렷하게 표현되는 사계절은 우리 삶에 다채롭고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 아니 그렇게 배웠었다. 나의 학창시절 지리 선생님은 일 년 속 사계절이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지 설명하셨는데 그때는 그것이 왜 축복인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계절의 특성이 혼재되어 겨울 속 개화되는 꽃이며, 눈이 오지 않는 겨울 등 이상기온 현상소식들이 날씨예보를 채우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해온 창의적이 생각과 실천이 불러온 결과는 우리들의 현재를 바꿔 놓았다. 마치 소원을 빌면 빌수록 타들어 가 사라지는 생명의 촛불처럼 말이다.

'나는 나답게'라는 어느 광고 카피라이트 문구처럼, 봄 숲이 봄답고, 여름 숲이 여름다워야 하는 이유는 왜일까? 봄부터 겨울까지 숲의 생명들은 각각의 생체 리듬에 맞춰져 있다. 물론 고정되어 있는 생명체는 없다. 모두 지구의 변화에 맞춰 빨리 적응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도와 달라'는 생명의 외침 들어야

하지만 우리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안 지구엔 급격한 기후변화가 찾아왔다. 이것은 온대기후였던 우리나라 특징인 뚜렷한 사계절을 아열대 기후로 변화시키고 더 많은 생물들이 변화에 적응을 시도하기 전에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생물들은 10년 후면 100만 여종이 사라진다고 한다.

사계절이 사라진 우리나라를 상상해 보았는가?

그럼, 진달래, 벚나무가 사라진 봄의 축제는?

개구리가 울지 않는 여름 개울가 숲은?

우리의 사계절이 모두 사라지기 전 우리는 꼭 숲 생명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낭떠러지에 매달려 우리에게 도와 달라 외치는 소리를 말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사라지는 생명 안에 인간이 포함될 수 있다는 끔찍함도 말이다.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