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에 가고 싶다/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인자는 나도/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요/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무엇이 바쁜가/이만큼 살아서 마주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그 강에 가고 싶다/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그 산에 그 강/그 강에 가고 싶다

 

▶'그 강에 가고 싶다'. 이 시의 제목이다. 시인에게 '그 강'이 어떤 대상이기에 1연 첫 행과 3연 첫 행, 그리고 마지막 행 등 3번이나 반복할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순간의 현상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 꽃이 피면 기뻐하고, 잎이 지면 아쉬워하듯이. 그러나 시인은 홀로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런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그 강'이다. '그 강'의 강물은 사람이 없더라도 저 홀로 흐르고 저 혼자 돌아가고 멀리 간다. '그 강'에는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이렇게 '그 강'은 세속적인 인간과는 대비되는 대상이면서 스스로 성스러운 존재이다. 그래서 “그 강에 가고 싶다”를 반복하는 것은 '그 강'이 단순히 '저기 있는' 자연물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일을 가능케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을 육화(肉化)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그 대상은 우리 도처에 널려 있다. 팍팍한 세상, 김용택 시인처럼 우리도 그 대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무엇이 바쁜가.

 

/강동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