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철 논설실장
여승철 논설실장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려는 사람이 대학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수능은 매년 11월 셋째 토요일 직전 목요일에 시행되는데 올해는 18일이다.

해마다 수능 때가 되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일은 뭐니뭐니해도 국가적인 행사와 변고로 인한 수능 일자 연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수능 연기가 있었는데 가장 최근의 일은 2021학년도 수능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2020년 11월19일에서 12월3일로 연기됐다. 또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사건은 2018학년도 수능으로 시험일을 하루 앞둔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4.5의 지진으로 고사장으로 쓰일 예정이던 학교 14곳 중 10곳에 균열이 발생해서 당초 수능일 11월16일에서 일주일 늦춰 11월23일에 치러졌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국가 행사 때문에 수능이 연기된 일은 두 번이다. 첫 번째가 2006학년도 수능으로 2005년 부산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11월17일에서 23일로 연기됐다. 또 2011학년도 수능은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려 11월11일에서 18일로 순연됐다.

인천의 백령·연평도 등 섬지역 수험생들은 올해도 수능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초조해진다. 육지로 나가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지는 보안 문제로 당일 고사장으로 이송돼야 하는데, 섬은 기상악화 우려 등 여건상 시험장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하다.

올해 인천의 도서지역 수능응시자는 41명으로 이중 28명(백령 21명, 연평 3명, 덕적 4명)의 학생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원정 수능'을 보기 위해 지난 12일 섬에서 육지로 나왔다. 이 학생들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서 마련한 호텔에서 19일까지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와 조용한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1인1실로 지낼 수 있도록 했는데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집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덜하면 덜했지 낫지는 않을 게 뻔하다. 시험 당일에 챙겨야 할 수험표와 신분증, 필기구에 점심 도시락은 물론 보온을 위한 작은 담요까지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둘이 아닌 데 부모님과 숙식을 같이 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의 심정은 시험보다 애먼 데서 진을 빼놓기가 일쑤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두 번째로 치러지는 올해 '수능 한파'는 없을 거라는 예보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서해5도 수험생의 '원정 수능'은 더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수능 풍경'이다.

 

/여승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