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철 논설실장
여승철 논설실장

70~80년대 서울시청 주변에 볼일이 있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는 서울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경인전철 남영역에서 서울역으로 들어가는 사이 2~3초 정도 전동차 내에 정전이 되면 '아 지금부터 지하철이지'하곤 했다. 그렇게 지하철은 서울시민만의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였지만 뒤이어 부산, 대구에서 잇따라 지하철이 개통되자 '인천에서는 지하철을 언제 타보나'하는 부러움이 있었다.

1999년 10월6일, 인천에도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했다. 6년3개월의 공사 끝에 박촌역부터 동막역까지 총 길이 25㎞에 공사비용 1조6000억원이 투입됐고 모두 22개의 역이 설치됐다.

1899년 경인선 제물포~노량진 구간 개통 이후 1세기, 1974년 서울지하철이 개통된 뒤 4반세기만에 갖게 된 인천의 첫 지하철이었고 인천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당시는 1997년 12월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온 나라가 어려운 시기였다.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젊은이들도 취업할 곳이 없어 모두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보자며 집에 있던 돌반지 등 금붙이를 내놓으며 국민이 하나로 뭉쳤던 시절이었다.

개통식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은 “인천지하철 개통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는 도시다운 면모를 갖추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객차 크기가 기존 지하철보다 조금 작은 모습에 낯설기도 했지만, 비바람이 불거나 폭설이 쏟아져도 지하이기 때문에 정시 운행이 가능한 인천지하철 개통은 인천시민에게는 자부심이고 자랑이었다.

그동안 인천지하철은 송도구간 6개 역이 추가되고 2016년 7월에는 2호선이 개통됐다. 또 연계되는 지하철 노선에 따라 주안역, 계양역, 원인재역, 부평구청역 등 새로운 환승역으로 철도 지도를 새롭게 그렸다.

이제 인천지하철은 명실상부한 '시민의 발'이 됐다. 또 인천과 철도는 역사를 같이한다. 경인선은 물론 수인선 꼬마열차에 이어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GTX 등이 인천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의 첫 번째 과제는 '안전'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2호선의 시설물 가운데 내구연한이 지난 시설물은 33.4%로 이는 서울 32.8%, 부산 30.1%, 광주 23.7%, 대전 15%, 대구 13.4% 등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의 지하철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경우 2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왔으니 그럴 수 있지라는 안일함보다 시설 개선을 늦춰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인천지하철이 시민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계속 달리려면 명심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여승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