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보행자의 14.89% 달해
2014~2016년 1105명 피해 입어
“보행 중 안전하려면 사용 자제를”
인천시내 한 길가에서 20대 남성이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진 채 길을 걷는다. 그는 보행 신호등이 적색인 것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다가오는 차량의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뒷걸음으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현대인들의 휴대전화 사용 빈도가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스몸비족이 보행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6월30일까지 2년6개월간 길을 걷다가 차에 치여 숨진 사람은 모두 106명이며 부상자는 4297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사망자 수는 2019년 53명, 2020년 36명, 올해 6월30일 기준 17명이다.
사망 사고 유형별로는 안전 운전 불이행이 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행자 보호 불이행 12명, 신호 위반 5명, 과속 3명, 중앙선 침범 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달 16일에는 부평구 일신동 한 도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70대 여성이 싼타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교통사고 통계와 관련해 보행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 여부 등 당시 구체적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스몸비족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올 1월 발표한 2020년도 교통문화지수 실태 조사 결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스마트기기 사용률은 14.89%에 이르렀다. 보행자 100명 중 15명이 스몸비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해마다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운전·보행 행태, 교통안전 항목에 대한 지표를 평가해 지수화하고 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8년 보도자료를 내고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 분산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1791명 중 61.7%(1105명)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가연 책임연구원은 “보행 중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은 스몸비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2019년 인천경찰청과 함께 부평역 앞에 바닥형 보행 신호등을 설치한 바 있다. 바닥형 보행 신호등은 횡단보도 양 끝 바닥에 매립된 신호등 보조 장치다.
연수구도 올 7월 동막초 삼거리와 연성초 인근에 스마트 신호등을 설치한 상태다.
LED 바닥형 신호등은 안전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고 음성 안내 보조 장치는 보행자가 적색 신호에 차도에 진입하면 경고 음성을 내보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구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 신호등에 대한 주민 만족도를 조사한 뒤 보완·개선 사항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모든 어린이보호구역과 주요 사거리에 스마트 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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