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다.” 2018년 11월 인천에서 발생한 '다문화가정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에서 사망한 러시아 중학생 엄마의 절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혼혈인'을 지칭하는 많은 인종차별적이고 비속한 표현 대신 '다문화'란 말을 쓰는 것이 개선 된 게 아닌가? 그런데 왜 그것에 분노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차! 우리 사회가 그들을 다문화란 틀 속에 가두고 지원한다는 미명하에 차별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공감의 마음이 일었고 미안했다.

 

인구학적으로 체류외국인의 비중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라 한다(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우리의 경우 2019년 통계청기준으로 국내체류 외국인 수가 252만 명으로 4.8%이고 인천은 5.9%로 다문화 사회 진입단계다. 그래서 체류외국인과 이주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개방 및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여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다문화 사회를 성숙시켜야 하는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

다문화 문제는 6·25전쟁과 외국군 주둔이라는 역사적 아픔에서 시작됐다. 그 뒤 결혼이주민에 이어 9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이어졌다. 이제 다문화 사회는 한류열풍과 세계 경제 선진국 진입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특히 인천은 공항, 항만, 경제자유규역, 공단 등이 있어 국제교류도시이자 다문화 사회다.

 

다문화 가족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먼저 외모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다(39%). 가족관계 불안정 특히 가정폭력 경험이 42%에 달한다. 일자리 경제적 어려움이 26%, 의사소통 어려움 22%, 외로움 22%, 문화적 차이 19%, 자녀양육 어려움 순으로 꼽고 있다(2018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인천시민의 다문화 수용성은 50.3점으로 전국평균 53.6점에 비해 낮다(2018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여성가족부). 우리와 다른 나라 사람이란 경계가 있어 친밀감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지법은 지난 8월9일 길 가던 다문화 2세에게 “야 코로나”, “불법 체류자인지 조사해봐” 등의 혐오 발언을 해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씩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한 다문화 2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와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미흡하다.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시민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지난달 27일에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우리에게 조력과 협력의 기여가 있었다. 인도주의 실천과 노동력 확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자리와 종교문제로 갈등을 가져올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로 가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내 곁에 있는 이웃이 어떤 문화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또 그 차이로 인해 차별받지는 않는지 열린 마음으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다문화 가족도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시민적이고 품격 있는 다문화 사회로 가는 일은 여기서 출발한다.

 

/서정규 인천시설공단이사회 의장(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