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네 번째 학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말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막 등장했을 때만 해도 봄학기를 1, 2주 늦추면서 비대면으로 시작했지만, 곧 정상적으로 학생들 얼굴을 강의실에서 마주할 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끝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19) 대신 코로나19와 같이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19)라는 요상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변종으로 바뀌면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독감과 같이 관리하면서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같이 살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이미 위드 코로나가 익숙해졌다. 주말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손흥민 축구를 보면 경기장이 마스크 없는 관중으로 꽉 찼고 응원가 합창과 환성으로 시끄럽다. 사람들이 밀접한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강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다. 영국에는 8월 말 현재 16세 이상 인구의 거의 80%가 2차 백신까지 접종했고 1차 접종자는 거의 90%이다. 알파건 델타건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명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누적 사망자가 13만명이 넘는 영국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고 앞으로 또 다른 변종이 나타나면 위드 코로나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반면 동경올림픽을 마친 일본은 의료시스템이 처참하게 붕괴된 상태이다.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이더라도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게 스가 총리의 연설이다. 전 세계가 우려했듯이 동경올림픽은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배양지가 되었다. 올림픽 직전부터 중남미에 이어 람다 변종이 일본에서 전파되는 중이다. 일본 전역에서 하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이 넘고 동경 등 수도권을 포함하여 13개 도시가 긴급사태 아래에 있다. 아마 확진 여부를 검사받지도 못한 채 의료시스템 밖 집계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더 나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위드 코로나와 관련해서 언론이 오락가락한다. 언제는 코로나19 방역이 너무 강해서 소상공인을 포함한 한국경제가 무너지니, 보다 합리적인 방역체계를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코로나19를 완전하게 끝내기 어려우니까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고 위중증 환자 관리에 초점을 두는 위드 코로나를 고민한다니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막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는 독감 치명률이 대체로 0.05-0.1%인데 코로나19 누적 치명율이 0.94%이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많이 높아졌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독감보다는 아직 훨씬 더 높다. 예방접종이 매우 쉽고 치료약도 있는 독감에 비하여 코로나19는 아직 백신도 모자라고 먹는 치료약도 없다.

어떤 게 맞는지 알쏭달쏭한 일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입장이다. 이제는 조금 줄어든 것 같은데 학교에서 수업을 안 하니 등록금을 그만큼 돌려달라는 요구가 거센 적이 있었다. 비대면 수업이 자신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수업의 질도 낮으니 그만큼 등록금도 돌려주고 수업도 보완해달라는 요구다. 학생들 입장에 서면 그런 요구는 자연스럽다고 보인다. 그런데 학생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혼란스럽다. 비대면 수업 일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나 효과가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 대상으로 면담을 해보면 오히려 압도적으로 비대면 수업을 선호한다. 시험이라도 강의실에서 보자고 했다가 바로 코로나19 걸리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의견에 부딪힌다. 비대면 수업형태 가운데 녹화영상이, 요즘 유행하는 줌 등 실시간 화상수업보다 선호도가 높다. 학생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시간에 편하게 들을 수 있고 놓친 부분 다시 돌려볼 수 있으며 몇 번 반복해서 볼 수 있다고 녹화영상을 좋아한다. 반대로 나는 불가피하게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실시간 화상수업을 한다. 토론도 시키고 질문에 답도 요구해서 수업의 집중도와 질을 높인다. 막상 강의평가는 같은 조건이라면 녹화영상 과목이 좋지 않다고 한다.

약 한 달 뒤 추석이 지나면 한국의 백신 접종률도 영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제약사에서는 곧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내놓겠다고 하는 중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될 수 있는 추석 뒤에는 초·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대면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들과 달리 대학생들은 전국에 흩어져 산다. 학기 중에 갑자기 학교 근처로 이사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대학생들의 선택이 무엇일까.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