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제175차 인천생명평화포럼에서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인천생명평화포럼(상임대표·정세일)은 지난 8일 오후 미추홀구 여행인문학 도서관 ‘길위의 꿈’에서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제175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탄소사회의 종말(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의 저자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는 ‘기후위기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과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국가와 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해 강연했다.

조 교수는 “기후위기는 인간의 생존권과 건강권, 생계권을 위협하며 갈등과 분쟁, 불평등과 차별,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등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자연재해인 천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초래한 인재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기상 재난이 발생하면 이를 초래한 국가와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고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추세는 이미 유럽 등 외국에서는 상당히 진전된 상태이며, 지난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을 비롯해 인권조약위원회 권고문과 특별성명 등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8년 일반논평 제36호 ‘자유권 규약 제6조’의 생명권 유권해석을 통해 “환경 훼손, 기후변화 그리고 지속 불가능한 발전이야말로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가 생명권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시급하고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환경을 보존하고 공적-사적 행위자에 의해 초래된 피해, 공해, 기후변화로부터 환경을 보호할 때, 존엄을 지닌 생명권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이행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침해의 구체적 사례로는, △생명권-생존권 △건강권 △에너지 빈곤층 한파 건강문제 △미세먼지 △생계권 △식량권 △평화방해 △기후 불평등-차별 △법치 붕괴 등 9개 분야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제시됐다.

생명권-생존권의 경우, 여름 기온이 1℃ 상승하면 열사병과 일사병, 뇌졸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최대 5.4% 늘어나며,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에서만 1440명이 사망했다.

신종 인수공통 바이러스 전염병도 증가하는 것은 물론 지구 북반구의 영구 동토대(툰드라)가 녹으면서 눈과 얼음 속에 숨겨졌던 천연두와 탄저병 등 각종 질병균이 창궐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5개 도시의 에너지 빈곤 가구 300세대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전체의 44%인 132가구가 한파로 인한 건강 이상을 경험했으며, 37%인 111가구는 병원과 약국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도 크게 증가해 전 세계 1억5000만 명이 조기에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상승은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기온이 2℃ 올라가면 매년 1억-4억 명이 추가로 영양실조에 걸리고 300만 명 이상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예측했다.

기후위기는 분쟁과 폭력도 증가시킨다. 조 교수는 “기후위기가 가중되면 생존본능에 의한 행동이 나타나 통상적인 사회질서 유지가 어렵게 되고 법의 지배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단 다르푸르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내전이 기후위기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인권침해는 사회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기후위기 문제를 더욱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유엔 ‘극빈과 인권’ 특별보고관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상황에서 부자들은 생존을 사고, 빈곤층의 인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쓴 우리나라는 석탄발전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도 30년 이상 사용할 석탄발전소 7곳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세계 8위에서 2030년에는 1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그는 “닥쳐올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나 공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업 등 제3자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에너지 빈곤층 △폭염 취약계층 △저지대-상습침수지역 주민 △여성-아동 △이주민과 노인 △산불 피해주민 △야외 노동자 △노숙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시민교육과 홍보, 정보 제공, 환경 정책에 있어서의 시민참여 독려와 촉진 등 절차적 의무 수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 제175차 인천생명평화포럼 참석자들이 강연이 끝난 뒤 조효제 교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175차 인천생명평화포럼 참석자들이 강연이 끝난 뒤 조효제 교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