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가족을 위해서 가장 노릇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이 최근 친구에게 보낸 '옥중편지'를 통해 말기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지 못한 현실에 비통함을 드러냈다.

8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편지에는 이 전 교육감의 아내가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이 전 교육감은 지난달 초 아내의 암 판정 소식을 접했다.

그는 우울한 소식을 친구와 공유하며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받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남편의 감옥살이가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그 힘든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아내를 생각하니 참으로 비통하기 짝이 없다”고 전했다. 또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 엄마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을 딸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전 교육감의 아내는 지난 5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암이 전이돼 힘든 투병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유일한 가족인 딸이 병간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비보에도 이 전 교육감은 “아내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다가 최근 기운을 내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더라”며 “암세포와 싸워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친구에게는 “아픈 아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본인의 처지가 쓸쓸하다”며 아무리 바빠도 자신은 물론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옥중에 있어 가족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줄 수 없는 상황이 모두 본인의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단단히 마음먹고 앞으로 걸어가자고 밝혔다.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

이 전 교육감과 편지를 주고받은 친구는 1980년대 후반, 인천의 한 가구공장에서 노동투쟁을 하던 이성환씨로 당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당한 이 전 교육감과 해고자 모임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한편 학교 이전 공사 시공권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실형 6년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이 전 교육감은 옥중에서 4년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