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이하 인천산선) 건물 존치 요구와 관련, 기독교 대한감리회 중부연회(이하 중부연회)에 보낸 문건이 지난 6일 공개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의 ‘토건 위주 정책’과 ‘불통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인천시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관련 인천시장 면담 건에 대한 답변’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1일 중부연회 측에 보낸 이 문건은 중부연회의 ‘시장 면담’ 요청에 대한 시의 답변을 담고 있다.

인천시는 이를 통해 “인천산선을 존치코자 하는 경우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4조(정비계획의 입안 제안)에 의해 사업 시행자인 ‘조합과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하여 처리하여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장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시장 일정상의 문제와 실무부서의 답변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여 상기 답변으로 갈음한다”며 거부했다.

인천시의 답변을 종합하면 인천산선 존치 문제는 교회 측과 개발조합이 알아서 할 일이며, 인천시는 이에 관여할 생각도 없고,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천시의 이런 입장은 문건 전달 이틀 뒤(6월 23일) 열린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결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인천산선의 철거를 결정하면서 “철거 이후 건물 이전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교회 측과 조합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권고를 달았다.

이 문서가 공개되자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는 “분노한다, 오만방자하다, 행정가 시장답다, 자기 손으로 불통 시장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는 등 박 시장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왜 시장을 선거로 선출하는지 모르겠다, 행정 절차대로 하려면 박정희, 전두환 때처럼 대통령 임명장 받고 (시장)하면 되지, 뭐하러 선거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는 SNS에 올린 글에서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의무는 토건 자본의 이익에 앞서 시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먼저 살피는 것”이라며 “그간 도시개발이 인천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후손들이 사랑할 수 있는 역사를 남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지난 4일 구성한 인천산선 존치 실행위원회를 ‘인천도시사업선교회(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로 확대 개편하고, 실행위원장에 이민우 부평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를 선임했다.

실행위원 8명(김도진, 김영철, 민운기, 이민우, 이성재, 이희환, 정동근, 정세일) 중 김도진 일꾼교회 담임목사와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 등 3명은 실무소위를 맡기로 했다.

대책위는 오는 13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지난달 23일부터 17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김정택 목사와 함께 시민단체 회원들이 번갈아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이에 앞서 지난 6일부터 ’인천산선 존치 시민 서명 운동‘에 돌입했으며, 언론사 릴레이 기고, 청와대 국민청원, 민주노총 총연맹 등 전국단위 조직과의 결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이 인천산선 건물 철거를 포함한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인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인천시청을 시민들의 촛불로 둘러싸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산선 보존 대책협의회는 지난 5일 △인천도시계획위원회의 인천산선 건물 철거 결정 무효 화 △인천시장 시행인가 고시 연기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 등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인천시에 전달해 놓은 상태다.

/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