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군부 쿠데타 장기화 양상
외화송금 제한 경비 지원 끊겨
가족과 연락 두절 불안 겪기도
지역대학·사회단체 모금 나서
[자료사진] 주한 미얀마 유학생. /인천일보DB
[자료사진] 주한 미얀마 유학생. /인천일보DB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낼 수 없어 유학생들의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길어지면서 인천의 미얀마 유학생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현지 외화 송금이 제한돼 가정으로부터 받던 유학 경비 지원이 끊겨서다.

1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 등에 따르면 인천 지역 대학에서 공부 중인 미얀마 유학생은 경인여자대학교 20여명, 인하대학교 10명, 인하공업전문대학 1명 등이다.

인천의 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A(27)씨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 은행 계좌 출금이 제한돼 현지에서도 하루에 30만원밖에 찾지 못한다더라”며 “외국으로 돈을 보낼 길은 아예 막혀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는 통역과 편의점 판매원, 식당 서빙 등이다. 유학생이기에 근무 시간은 주중 최대 20시간에 그친다. 이 돈으로 학비를 포함해 유학생활에 드는 1년 기준 경비 1000만~2000만원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A씨는 “얼마 전에는 미얀마에 인터넷이 끊겨 가족,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했다”며 “유학생들은 심리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인여대 광고디자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유학생 글로리아(24)씨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얀마 유학생끼리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과 인천 부평 등에서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주변에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으로 큰 위로가 된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 중 미얀마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인여대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금을 제안했다. 학교에서 바자회와 각종 캠페인을 열어 유학생 후원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어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인천공동모금회는 미얀마 유학생을 위한 긴급 생계비 지원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21일 인천도시공사와 인천시설공단이 경인여대 유학생에게 '사랑의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인여대 관계자는 “미얀마 유학생 대부분이 한국어 사용에 능숙함에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나 취업에 제한이 있어 학비와 생활비 조달이 힘들다”며 “어려움에 놓인 학생들이 국내에서 유학생활을 잘 마무리하도록 모금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