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이용한 또 다른 탐욕
▲ 가마우지의 목을 묶은 모습은 마치 팔뚝(腕완)에 완장을 찬 것과 같다. /그림=소헌
▲ 가마우지의 목을 묶은 모습은 마치 팔뚝(腕완)에 완장을 찬 것과 같다. /그림=소헌

한때 많은 이들이 자괴감自愧感에 시달렸던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바로 ‘똥퍼 아저씨’ 이야기다. 단지 ‘대통령 이승만’과의 안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무대(現 청와대)로 입성한 한 아저씨가 있었다. 1950년대 수세식 화장실이 없었던 때 그는 똥 푸는 전담인력으로 경무대에 입성하며 일약 신분상승(?)을 이룬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익산(現 익산)시가 개발되면서 땅값이 오르고 졸지에 부자가 된 농사꾼 ‘최사장’은 감시원을 두고 본인의 저수지를 관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5만원’은 적은 월급이라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데, ‘완장’을 채워주겠다는 말에 임종술은 선뜻 관리직을 수락한다. 그는 흰 바탕에 붉은 글씨로 ‘감시’라고 박힌 완장을 받고는 마음에 차지 않아, 사람들의 이목을 바싹 끌어당기기 위해 제 돈을 들여서 노랑색 바탕에 파란 글씨로 ‘감독’이라 고쳐 쓰고 세 개의 빨간 가로줄이 장식된 완장으로 바꾼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그놈의 완장을 차고 다닌다. “내가 네 친구여? 내가 누군지 알어?” 임종술은 저수지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친구든 동네 어르신이든 막무가내로 막아서며 폭력을 부린다. 알고 봤더니, 그가 서울로 올라갔을 때 매번 ‘완장’ 찬 경비나 경찰 등에게 수도 없이 당했던 것이다. - 윤흥길 作 <완장> 요약.

노경완장(頸腕章) 가마우지 목에 완장을 채워 물고기를 잡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물고기를 그냥 삼켜버리는 가마우지의 탐욕은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 고기잡이’는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 아래를 묶어 놓고 하는 사냥법이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성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腕 완 [팔뚝 / 재주]

①夕(저녁 석)과 (구부릴 절)이 합쳐진 (누워 뒹굴 원)은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그렇게 억울한 마음(心)이 怨(원망할 원)이다. ②집(면)안에 들어박혀 몸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게(원) 되어 宛(굽을 완)으로 쓴다. ③사람의 신체(月육달월) 중에서 가장 잘 구부러지는(宛) 부위는 팔뚝(腕완)이다. 수완手腕이란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주와 솜씨를 말한다.

 

章 장 [글 / 문장 / 본보기]

①辛(매울 신)은 죄인의 얼굴이나 몸에 글자를 새겨 넣는 형벌인 묵형墨刑의 도구로 쓰는 ‘송곳’이나 ‘끌’을 그린 글자다. 여기서 ‘맵다’는 것은 음식 맛이 매운 것이 아니라 ‘손이 맵다’로 쓰는 매운 것이다. ②송곳(辛신)으로 입(口구)을 찌르며 고문하면 소리(音음)를 내게 된다. ③악곡의 소리(音)를 한 묶음(十)씩 기록한 것이 문장文章이다.

2019년 9월 9일 文 대통령은 지명 한 달 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여론은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관측했다. 당장에 같은 날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조국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미 조국의 부인을 기소한 상태였다. 이러한 전례가 있음에도 김오수 검찰총장은 文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33번째 장관급 완장을 차게 되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총장 공백기보다 검찰권 파행이 더 우려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권력을 쥔 진짜 주인은 언제나 완장 뒤편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 누가 가마우지가 되어 물고기를 토해낼지, 어느 팔뚝에 차인 완장이 힘이 센 지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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