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편' 주인공 중 한 명인 이민우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이 젊은 시절 선교회 활동을 회고하면서 선교회 건물 철거를 막는데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지역 민주화운동가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 시리즈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편’ 출판기념회가 지난 29일 오후 동구 만석동 ‘동일방직’ 건너편 쉼터에서 개최됐다.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주최하고 스페이스빔, 인천여성노동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편의 주인공인 김정택, 정명자, 조옥화, 이민우, 나지현 씨 등이 참석했다.

또한 전교조 출신인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을 비롯, 이우재 계승사업회 이사장과 원학운 고문, 오경종 민주화운동 센터장,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총각 청솔의집 대표, 박종렬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공동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세영 남북평화재단 공동대표,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 인천여성노동자회장을 지낸 조성혜 시의원, 박인규 인천도시재생지원센터장 등 인천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현장에 나와 이날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이 행사는 이우재 계승사업회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박종렬, 이총각 대표의 축사, 김도진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기념관 대표의 헌사, 오경종 민주화운동센터장의 경과보고, 책 주인공들과의 인터뷰이 및 이야기 나눔, 노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우재 이사장은 “인천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어린 희생을 바탕으로 6.25의 폐허를 딛고 유수의 공업도시로 발전했다”면서 “그 중심에 섰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인천을 대한민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굳건한 한축으로 자리잡게 했다”고 치하했다.

▲ 이우재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이 인사말을 통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역사와 노동과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성과를 치하하고 있다.

도성훈 교육감은 “도시산업선교회의 헌신적인 활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진전에 커다란 밑거름이 됐고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민주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선교회의 빛나는 헌신의 역사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진 일반노조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주인공들과의 이야기 나눔 순서에서 이민우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은 “가장 빛나는 젊은 시기에 선교회 간사를 맡아 활동했다”면서 “어떤 때는 괴한들이 칼을 들고 들어와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며 회고했다.

이어 “여기에 있는 5명 이외에도 자리를 함께 해야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면서 “이 자리에 빠지면 안 될 조화순 목사께서 몸이 불편해 자리를 비우신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최근 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인 ‘미문의일꾼교회’가 화수·화평동 일대의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다”면서 “다행히 뜻있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1-2달 뒤로 최종 결정을 미뤘으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 노동·인권운동의 산실인 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도시개발에 밀려 철거되는 일이 없도록 막아내야 한다”면서 “이 건물을 민주화 운동 자료관으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 출판기념회 마지막 순서에서 가수 '졸리'가 '그날이 오면' 등 노동자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참가자 일행은 오후 3시부터 행사장을 출발해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자리인 ‘미문의일꾼교회’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함께 걷기’를 진행했다.

일꾼교회에 도착한 일행은 오후 4시부터 동영상 ‘어느 여성노동자의 길’을 관람하는 순서로 마지막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 내가 살아온 이야기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편’

인천민주화운동센터가 기획하고 펴낸 ‘내가 살아온 이야기’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편은 문종인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연구위원이 엮고 이형진 민주노총 일반노조위원장이 감수했다. 윤희태 파리8대학 영화과 석사와 성공회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연정, 송서경, 문건 씨 등이 힘을 보탰다.

이 책에는 정권의 탄압으로 교직에서 쫓겨나 도시산업선교회에서 간사로 활동했던 이민우 위원장 이외에도 △인천지역 의료 운동의 영역을 개척한 조옥화 선생, △산업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80년대 민중교회 운동을 이끈 김정택 목사, △동일방직 투쟁으로 출발해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에 헌신한 정명자 선생, △70년대 삼원섬유 노조활동과 80년대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전개한 김지선 선생, △산업선교회에서 노동상담으로 간사역할을 했던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편은 산업선교회 간사를 역임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일꾼교회 자료실을 운영하면서 노동자 교육에 힘쓴 산업선교회의 마지막 간사 나지현 위원장 등 7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오글 목사가 화수동 초가집을 매입해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인권을 함양하는 안식처이자 교육기관으로 가꿔나갔다.

“약한 것을 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오글 목사는 많은 노동자 동아리를 만들어 노동자로서 삶과 권리의식을 깨우치는데 힘을 쏟았다. 암울했던 70년대 유신독재 시절, 동일방직과 삼원섬유, 한국기계, 대성목재, 반도상사 등의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설립해 민주적인 의식을 깨우치는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군사독재의 탄압을 받던 전 국민의 해방으로까지 그 폭을 넓혀 인천이 1970-80년대 대한민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글 목사는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인민혁명당 조작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은 양심수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가 강제 추방당했다.

이 교회 총무를 맡았던 조화순 목사는 동일방직 사건에 대한 강연을 했다는 이유로 유신정권에 의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인천산업선교회에서 배출한 여성노동자들이 유신말기인 1978년 2월 사측의 사주를 받은 구사대에 의해 ‘똥물’을 뒤집어 쓴 사건은 유신체제의 몰락을 가져온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의 주요 기록으로 남아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조 목사에게 ‘대한민국인권상 국민훈장’을 수여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오글 목사에게 ‘민주주의 발전 유공 포상’을 수여했다.

▲ 사진제공=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br>
▲ 사진제공=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 철거위기에 놓인 도시산업선교회

▲ 인천지역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인천시에 보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존치 요구 입장문
▲ 인천지역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인천시에 보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존치 요구 입장문

인천산업선교회가 자리한 인천 동구 화도진공원과 송현초등학교 사이 ‘화수·화평구역’이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9년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역 11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지난 24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선교회 건물’의 존치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보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선교회는 대한민국 민주화 유산이자 인천의 산업유산”이라며 “현 재개발조합도 존치하기로 설계한 ‘쌍우물’과 선교회는 불과 1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면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선교회를 쌍우물과 함께 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 도시계획위원들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도시산업선교회와 재개발 부지를 방문, 현장 확인을 벌인 뒤, ‘화수·화평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