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구조 보도에 진도 향했으나
아버지 시신 이틀 후에야 수습
“갑작스러운 이별…애도 길어져”
“이번 정권서 무죄 판결 잇따라
판결문 읽으며 오류 찾고 있어”
“몸이 기억을 하는 건지 3월 말쯤부터 몸이나 심리 상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는 것 같더라고요.”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그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탄 배가 잘못된 것 같다'는 말로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아버지는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큰 배가 금방 넘어가겠냐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죠. 전 당시 업무 차 당진에 있었는데 전원구조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진도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가 배에서 내리시면 차로 모시고 올라오려고 간 거였죠.”
하지만 전 위원장 아버지 고 전종현씨는 그 날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는 계속 뉴스를 들으며 내려가다 목포 대불산단쯤 지나고 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아버지는 이틀 후 사고 해역에서 9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습됐다.
“암이나 치매 등으로 고생을 하다 돌아가시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되잖아요. 그런데 세월호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만큼 애도의 기간도 긴 거겠죠.”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관장이기도 한 그는 요즘 추모관 방문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추모관에 오시는 유가족들을 보면 평상시 때와 기일에 가까이 왔을 때의 모습이 정말 많이 달라요. 아무래도 가장 많이 기억이 나기 때문이겠죠.”
그는 세월호 유가족이 겪는 트라우마와 치료 문제 대해서도 말했다.
“어르신들은 특히 정신 치료나 관리를 잘 안 받으시려고 해요. 계속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는데 치료를 하려면 자꾸 끄집어내야 하니까요. 그렇게라도 하는 게 맞는 건지 솔직히 가끔은 헷갈릴 때도 있어요.”
전 위원장은 여전히 세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제 모두 납득할 만한 결과나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추모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참사 진상규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기억식'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대했던 이번 정권에서 오히려 잇따라 무죄나 꼬리 자르기식 판결 등이 나오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월호 관련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며 명백한 사실 오류나 판단 등의 허점을 찾고 있어요.”
끝으로 그는 세월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올해로 7년이나 됐을 정도로 장기화하다 보니 관심에서 멀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요. 그래도 정부가 끝까지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하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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