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멈춰 선 공장…생사 갈림길서 고통”

재가동 기대 속 결국 제자리걸음
폐업기업 속출…피 말리는 시간

적절한 보상 반드시 필요
중앙정부, 대책안 내놔야

“개성공단이 5년째 문을 닫으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정말 절실합니다.”

이희건(사진) 경기개성공단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8일 “개성공단 재가동은 희망고문과 같다”고 표현했다.

2016년 2월 10일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 결정 이후 '재가동' 기대 속에서 5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희건 이사장은 “그동안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것이란 희망의 바람이 불기도 했다. 실제 국민과 입주기업 사이에서도 재가동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재가동이 될 듯 말 듯 한 희망고문에 입주기업들은 피가 말라가고 있다. 또한 가동중단 타격으로 매출액도 급감하면서 우량 기업은 불량 기업이 됐고, 폐업기업도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중 111곳이 참여한 '개성공단 가동중단 5주년 입주기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매출액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5년 106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66억원으로 38.1% 감소했다. 매출액 50억원 미만 소기업도 매출액 평균이 65억30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으로 76.1%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기업들은 기업 유지를 위해 '민간 내수판매 확대(79.3%)'와 '수출 또는 해외 진출(36.9%)', '신규 사업 진출(26.1%)' 등 밖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흐지부지한 상태라고 이희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조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중앙정부의 지원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불만족(71.2%)'하다고 답했다. '입주기업을 위한 지원 의지가 부족하다(65.8%)'는 이유에서다.

이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피해보상 근거 마련(45.9%)'을 강조했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가장 조속히 이뤄져야 할 사항으로는 '설비점검 및 현황 파악을 위한 방북(45.9%)'과 '경영안정을 위한 판로와 자금 지원(36.9%)' 등을 꼽았다.

이희건 이사장은 “절망감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가 대책안을 내놔야 한다. 또한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들어선 기업을 위한 적절한 보상이 꼭 필요하다”며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중앙정부를 향한 불만이 70% 이상인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도 정부가 손을 놓는다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희망찬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다행히 경기도에서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도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도를 향한 입주기업 만족도는 7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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