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시간·생명이 빚은 '삼합의 맛'
▲ 청도주가의 '생굴보쌈'
▲ 청도주가의 '생굴보쌈'

 

코로나 사태로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 높아져

 

▲ ㈔인천전통발효진흥원 유진용 원장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신포동 스타일'의 청도주가를 찾았다.
▲ ㈔인천전통발효진흥원 유진용 원장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신포동 스타일'의 청도주가를 찾았다.

“발효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코로나19 영향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4월10일 인천전통발효진흥원이 출범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고 수강 인원의 제한을 두고 진행한 16주 과정의 1기 강좌에 1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2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유진용 ㈔인천전통발효진흥원장이 인천사람들에게 친숙한 신포동 스타일의 음식과 안주를 맛볼 수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청도주가'를 찾아 전통주를 비롯한 발효 음식과 인천의 제철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 사태는 역설적으로 발효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코로나 예방에 백신도 필요하지만,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게 더욱 효율적이거든요. 면역력은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우리 전통 발효음식이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을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키우는데 최고의 비법입니다.”

유 원장은 발효음식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공유부엌' 또는 '공유식당'의 보편화를 강조한다.

“아직은 시골이나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담아서 보내주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받아먹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 그분들이 더 연로해지면 그것도 어렵게 될 거에요. 이런 점을 해결하려면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장 담는 법을 아는 할머니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젊은 주부들이 배워 나눠 먹는 거죠. 배우고 익히고 담그는 공간은 웬만한 아파트마다 있는 경로당이나 체력단련장 등을 활용하면 되고 시간이 없는 주부들은 약간의 재료비를 내면 동참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게 될 거예요. 필요하다면 지자체에서 약간의 지원을 해주면 자리 잡는데 어렵지 않을 거예요.”

'청도주가'는 인천 앞바다에서 나는 생선과 인천사람들이 주로 먹던 음식과 안주로 유명하고 '주가(酒家)'는 '술집'이기 때문에 발효 음식 가운데 전통주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세계 나라마다 고유의 전통주가 있지요. 중국의 마오타이(茅台), 서양의 와인이나 위스키, 브랜디 등이 대표적이지요. 국내에도 지방마다 인천의 소성주, 안동소주, 진도홍주, 이강주, 국화주, 칠선주 등 많지만 저는 평양의 감홍로주(甘紅露酒)라는 술을 우리의 대표 명주로 꼽고 싶어요. 감홍로주는 용안육, 정향, 진피 등의 다양한 약재를 넣어 우려냈는데 고려 시대부터 빚은 술로 기록에 나와 있고 오죽하면 조선 시대에 평양감사로 갔던 관리가 감홍로주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지요. 이름 그대로 붉은빛에 맛이 깊으면서 달콤하고 약용주로 알려져 있어요.”

지난 봄에 황매실로 빚은 술이 잘 익었다며 한 병 들고 온 유 원장에게 전통주 빚기를 배운 제자만 800명이 넘을 정도로 전통 발효음식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무형문화재 5호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 선생을 스승으로 8년 넘게 판소리를 배운 흥보가 전수자이기도 하다.

“모든 음식이 제철이 있거든요. 인천 앞바다 섬에서 나는 굴이 지금부터 맛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좋은 사람들과 판소리 한가락 들으며 초간장에 버무린 자연산 생굴을 안주 삼아 잘 빚은 술 한잔 마시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지네요.”

 


 

그 집 이야기

추억 돋는 음식·안주 먹다보면 옛이야기가 술술

 

▲ '청도주가' 명상희 대표는 손님의 음식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 '청도주가' 명상희 대표는 손님의 음식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젊었을 때 친구들이랑 신포동에서 먹던 음식과 안주들을 송도국제도시에 살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인천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맛을 느끼고 친구들이나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옛날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메뉴들이지요.”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타프라자 1층에 있는 '청도주가'의 명상희 대표는 스지탕, 전, 생선구이, 생굴보쌈 등 인천 앞바다에서 나는 제철 수산물과 인천 고유의 음식을 주요 메뉴로 다루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서 50년 넘게 살고 있는 토박이에요. 2006년부터 이 자리에서 옛날연탄갈비집, 중국요리집 등을 하고 있었는데 인천사람들이 주로 먹던 음식점을 해보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가 2018년 8월에 업종을 바꿨어요. 음식점 이름도 10년 정도 운영하던 중국요리집 '청도'에 술집이라는 '주가(酒家)'를 붙여 쓰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손님들도 주인은 그대로인데 업종만 바뀐 것을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명 대표는 생선의 경우 인천 앞바다의 섬에서 나는 재료들을 고집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료가 10월부터 한창 맛이 들기 시작하는 덕적도 굴이다.

“인천사람들이 보통 '강굴'이라 부르는 덕적도 굴은 '석화'라 불리는 양식 굴이 아닌 자연산으로 덕적도의 할머니가 매일 채취하신 뒤 오후 2시쯤 연안부두로 가져오시면 직접 만나 구매해서 쓰고 있어요. 요즘은 하루에 2㎏씩 사는데 12월부터 2월까지 성수기에는 매일 4㎏ 정도 필요해요.”

같은 장소에서 15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다보니 오랜만에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어릴 적 친구들은 물론 다양한 손님들과 인연을 나누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돼지갈비를 먹으러 왔던 초등생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중국집 '청도'에서 짜장면, 짬뽕을 찾더니 요즘은 '청도주가'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러 오더군요. 또 단골 청년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슬그머니 전해주기도 하고요. 그런 손님들을 보며 제 나이 먹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또 미국으로 10년 전에 이민 가셨던 분이 일 때문에 인천에 와서 다시 찾아와 주인이 안 바뀌고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실내 벽면 한켠에 '손님이 짜다면 짜다'라는 손글씨를 써넣은 명 대표는 손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하고 있다.

“우리집 음식의 대부분이 특별한 메뉴라기보다 오랜 시간 인천 서민들의 입맛을 달래주고 애환을 함께 해온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음식은 좋은 재료와 함께 손님의 입맛에 맞추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도주가'는 앞으로도 인천의 바다 내음과 사람 냄새가 나는 음식들과 추억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4인석 원형 테이블이 9개 있으며 단체 손님일 경우 테이블을 2~3개 붙이기도 한다. 주차는 센터프라자 지하주차장을 2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032-834-9814

 


 

그 집 추천 메뉴

신포시장 스타일로 하루 푹 끓인 스지탕도 엄지척

 

※ 생굴보쌈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은 10월부터 2월까지 제철인 대표적인 겨울철 별미로 통한다. 굴에 함유된 타우린이라는 단백질 성분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 뇌출혈을 예방한다.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빈혈과 피부 미용에 효과를 보이고 무기질과 비타민은 비만 예방과 피부 개선에 도움을 준다. '청도주가'에서는 덕적도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생굴을 쓰는데 양식과 달리 씨알이 작고 굴 살의 바깥 부분이 까만 것이 특징이며 고소한 맛이 진하며 담백하다. 이 집에서는 돼지 목살을 부드럽게 삶아서 육질이 좋은 보쌈과 생굴에 아삭하게 잘 익은 김치를 쌈배추에 싸서 먹으면 '삼합의 맛'을 볼 수 있다. 생굴만 따로 초간장에 버무려 먹어도 그만이다. 보쌈과 생굴로 단품도 있고 한치무침과 어우러진 한치보쌈도 있다.

▲ 스지탕
▲ 스지탕

※ 스지탕

스지탕은 인천 신포시장 주변에 오래되고 유명한 스지탕 전문점이 많아서 인천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스지'는 소의 사태 살에 붙어 있는 힘줄과 주위의 근육 부위를 의미하는 근(筋)의 일본식 발음이다. 약간 불투명하고 도가니와 비슷한 맛을 낸다. 칼슘과 쫀득쫀득한 콜라겐 성분은 뼈와 피부 노화를 방지해주고 세포 재생 및 활성화에도 효능이 있다. 소 한 마리에서 3㎏ 정도 나오는데 기름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쉽게 물러지지 않아서 6~7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 '청도주가'에서는 사골 육수에 스지와 함께 감자, 양파와 고추 등을 넣고 아침부터 손님이 오기 시작하는 오후 5시까지 끓인다. 부드러워진 스지를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게 보편적인 방식이다.

▲ 통새우전(위)과 조갯살전
▲ 통새우전(위)과 조갯살전

※ 조갯살전·통새우전·모듬전

전은 종류도 다양하고 모든 술과 어울리는 안주이면서 배도 채워주는 음식이다. 이 집에서는 해물전, 동태전, 생감자전, 동그랑땡, 깻잎전, 고추전, 김치전 등으로 구성된 모듬전이 있지만 바지락살로 부친 조갯살전과 통새우전은 육전과 함께 단품으로 맛볼 수 있는 메뉴다.

▲ 박대구이
▲ 박대구이

※ 박대구이

박대는 인천, 군산 등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적인 서해안 어종이다. 이 집에서는 군산에서 공수해오는데 3개월 분량인 700~800마리 정도를 반건조해서 미리 보관해서 쓰고 있다. 기름기가 촉촉하게 튀기듯 구우면 바삭한 식감이 밥도둑으로 불리며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청도주가에는 갑오징어와 소라 숙회 외에 개운한 국물이 별미인 상합탕도 있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