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국민여론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로 나뉘어 정쟁을 벌이고, 진보와 보수 진영 간에도 이 사건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빠진 상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북측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감정을 자극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18년 2월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지금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북측 고위 방문단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고 평양에 이어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광경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성큼 다가온 통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되풀이한다. 정치세력들은 기회만 되면 자기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남북 관계를 이용하려들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통일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가 쉽사리 모아지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대북정책 마련이나 추진이 어려워진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국민협약' 정책

문재인 정부는 취임과 함께 100대 국정운영 과제가 담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94번째 주제가 '통일국민협약'이다. 일반시민들과 사회단체, 정치권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자는 구상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진영논리를 떠나, 모든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통일국민협약'은 외국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시행했던 '국민적 합의'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1970년대 석유위기와 국민간 갈등을 극복한 네델란드 '바세나르 협약'과 1980년대의 경제위기, 내부갈등을 해결한 아일랜드 '국가재건협약'을 '남북문제 해결'에 도입한 것이다.

 

지역 통일업무 지원을 한자리에, 인천통일+(플러스)센터

이 같은 정책판단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통일플러스센터다. 통일플러스센터는 민간이 참여한 가운데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통일정책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여러 곳으로 분산된 통일교육과 탈북민 정착지원 시스템을 한자리에 모아 '정책의 상승작용'을 이끌어내게 된다.

가장 먼저 통일플러스센터가 설치된 곳이 인천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추진하고 있는 인천은 북측과 맞닿은 서해NLL(북방한계선)과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와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생활하고 있고,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남북이산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2018년 9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미추홀타워에 800㎡규모의 인천통일플러스센터가 전국 최초로 설치됐다. 센터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기획업무'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통일교육센터' ▲탈북민의 현지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센터' 등이 한 곳에 모여 상호 협력 속에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기획총괄업무(기획총괄팀)

기획총괄업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각급 지역기관, 민간 간의 통일업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일부 직원 3명이 현장에 나와 인천시 직원 2명과 함께 근무를 하고 있다. 이 팀에서는 또 남북교류 사업 지원, 이산가족 납북자 상담, 지역 여건에 맞는 통일문화행사 기획·시행, 통일정책 고객 종합지원 체계 수립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이를 위해 인천교육청, 인천관광공사, 인천문화재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민참여형 소통·공감 프로그램, 통일 사랑방 등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통일교육센터

통일플러스센터 한편에는 경인통일교육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사무를 총괄하는 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이외에 간사 1명이 상주를 하고 있다. 교육센터는 지역 내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통일의 주체는 시민이며,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 공간의 연결, 플랫폼 연결, 민관학 연결 등을 목표로 남남갈등 해소와 찾아가는 통일 교육, 일상 속 뉴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센터

하나센터는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적응교육을 마치고 지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의 안정적 일상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센터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남한 사회의 경제제도와 근로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 생계에 절대적인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고용주와 기존의 직원 간 이해를 높이는 사업이다. 또한 지역에 전입 후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 교육, 심리, 법률지원 등과 함께 해체위기와 경제적 기능 상실을 겪으며 외부지원을 필요로 하는 가구를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나센터는 최근 코로나19로 탈북민들이 지역주민과 자연스럽게 화합할 수 있는 행사 개최가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2020 온라인 통통장터'를 열어 백두야생화키우기, 천연비누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16일에는 북한이탈주민 가족사진 촬영 및 액자지원 사업, 다음달 6일부터는 '2020 온라인 오감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김난영 센터장 “인천은 통일의 열망이 가득한 곳”

인천통일플러스센터 개소와 함께 이 곳 책임자로 부임한 김난영 센터장은 아예 강화도로 집을 옮겼다. 통일부에서 근무하던 김 센터장은 “인천은 전국 어느 곳보다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천에서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평화와 통일의지'를 결집해 효과적인 성과를 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찬흥 논설위원 겸 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