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아동들 '학습공백' 커
학원·외부강사 방문 절실
▲ 꿈동산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보육원, 지침따라 고등학생 제외 학원 못 가
아동센터 아이들 온라인 교육도 취약


코로나19 사태로 등교 시기가 수개월이나 늦어지는 유례 없는 상황이 닥쳤다. 등교가 시작됐지만 학생들은 주 1∼3회 정해진 요일에 학교에 나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보육시설에서 지내거나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들이 느끼는 교육 격차는 일반 아동보다 크다. 단체 생활을 하는 시설 아동들은 감염 우려로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예체능 교육과 보충학습을 위해 다녔던 학원에 가지 못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매주 찾아오는 외부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돌봄 공백이 커지면서 센터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다.


▲“학원 가고 싶어요”

인천 부평구에 있는 신명보육원 아동들은 코로나19로 찾아온 일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느끼고 있다.

최선주 신명보육원 원장은 그동안 아이들의 생일 기념으로 잡화점에 데려가 1만원 안에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왔다. 최근 아이들은 코로나19 탓에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에도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50명이 지내는 보육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감염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면서 미용 봉사자 방문도 제한돼 생활지도사들이 직접 아이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집 앞 미용실 정도는 갈 수 있는 일상생활조차 조심스러운 일이다.

보육원 측은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음식을 나눠 먹거나 건물 옥상에 조명과 풍선을 설치해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처럼 학습권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등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을 못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시설을 벗어나는 이상 외부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해 아이들이 학원을 다시 갈 수 있는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최선주 신명보육원 원장은 “한 아이가 찾아와서 학업에 집중이 잘 안된다고 울면서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더라”며 “친구들은 다 학원에 간다고 말하는 데 지침을 따라야 해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하루빨리 학원 방문 만이라도 일부 허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습부진 우려 큰 지역아동센터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꿈동산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의 95%(정원 29명)는 취약계층으로 일반 아동들처럼 사교육을 받기 어렵다. 이에 센터에서 외부강사에게 음악과 스포츠, 영어 등의 교육을 받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외부강사의 발길이 끊기면서 아이들은 방과 후 센터에 오더라도 각자 부족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긴급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도 오전 9시부터 센터에 나오지만 따분한 시간을 보낼 뿐이다.

하교 후 가정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부모의 지원으로 학원에 가는 반면 센터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사교육이었던 외부강사 교육마저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에 매일 나가지 않고 온라인 학습을 통해 학교 공부를 하는 환경도 센터 아동들에게는 더욱 취약하다. 생계 유지에 바쁜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봐 줄 여유가 없다. 생활 습관 형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학습 뒷바라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정의 역할을 대신하는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학교 담임과 직접 소통하며 부족한 학습 부분을 채워주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센터 종사자들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김영인 꿈동산지역아동센터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아동들 대부분은 해체된 다문화 가정이나 취약계층으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학습 환경이 열악한 아동들에게 코로나19는 또 다른 어려움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외부강사나 자원봉사자들의 방문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