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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9000호 특별기획] 코로나 이후 한국, 길을 묻다 12. 주거 패러다임 <끝>
[지령 9000호 특별기획] 코로나 이후 한국, 길을 묻다 12. 주거 패러다임 <끝>
  • 인천일보
  • 승인 2020.06.07 19:06
  • 수정 2020.06.07 19:05
  • 2020.06.08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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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마포를 시작으로 열린 아파트 시대
6개월 졸속으로 지어 붕괴된 와우아파트 비극에도
수요 폭증과 실수요자 중심의 재테크 불패 고착

코로나 이후 새로운 발상 요구되는 건 주택
사회계층 격차 줄이고 국토이용 효율화 위해선
정책사고 전환으로 자연과 근접한 삶 유도 필요
수요감소 예측에도 건설경기 부양 명분 아래
각 기관업체들 이윤추구 관행도 종지부 찍어야
▲ 신용석 언론인·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
▲ 신용석 언론인·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

1970년 4월8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와우아파트가 붕괴해 33명이 숨지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사고가 터졌다. 당시 서울시의 고민이었던 무허가 건물들을 줄이고 서민용 아파트를 건설하자는 취지로 착공 6개월 만에 졸속으로 완공해 입주했던 아파트가 아침시간대에 폭삭 주저앉은 것이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일본인이 충정로에 세운 5층짜리 유림아파트를 꼽지만, 건축학계에서는 1956년 중앙산업이 사원용으로 건립한 청계천 옆 주교동 중앙아파트를 꼽는다. 그 후 대한주택공사가 1962년 마포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를 열었으나 서민용 아파트를 졸속으로 건립하면서 와우아파트의 비극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꼭 반 세기가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 비율이 50%를 넘어섰고 현재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10명 중 7명이 조만간 아파트로 이사할 의향이어서 아파트 거주비율은 계속 늘어나 명실공히 아파트 공화국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을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가 개발되고 역대 정권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 계획이 입안·집행되면서 과거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 양태는 급속히 아파트로 전환되었다. 건축기술과 자재가 발달하고 금융기관의 대출도 안전한 아파트 건축과 매입에 집중되고 주택 구매자금과 시중의 유동자금까지 몰리면서 인기 지역에는 수백배의 청약자들로 분양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고도성장 과정에서 아파트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했고 가치 상승은 필연적이었다. 금융기관에서도 대출과 상환이 단독주택보다는 간편한 아파트를 선호하고 아파트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아파트는 재테크의 총아가 되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대도시의 요지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세대들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었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아파트를 통한 재테크는 불패라는 믿음이 고착화되는 과정에서 역대 정권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저지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주택 실수요자들이나 젊은 세대들에게 아파트 보급 반 세기 만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절망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과제 중 대표적인 것은 주택정책이다. 우리 사회의 계층 격차를 줄이고 국토 이용을 효율화하며 국민정서를 안정시키고 자연과 보다 근접한 삶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주택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국민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주택과 부동산이 재테크의 대표로 존속되며 금융기관의 자금과 시중의 유동자산이 아파트를 필두로 한 부동산을 겨냥하고 있는 한 첨단 산업사회를 지향하는 한국은 계속 방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달 초 발표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9∼10분위의 고소득 가구 76.6%가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반해 단독주택의 50.4%는 1∼4분위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어 선진국과는 정반대의 주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인구 과밀지역이 아닌 곳에도 고층 아파트가 건립되고 지방 소도시에서도 단독주택이 급감하고 있어 국민 주거 정서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기관조차도, 출생률의 급격한 저하로 중장기 주택수요가 감소할 것이 명확함에도 건설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아파트 건설을 촉구함으로써 주택정책당국-금융기관-건설업체-투기세력의 연합전선에 합세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꼭 반 세기가 되는 시점에서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인정받는 회사들이 건축한 멀쩡한 아파트를 30여 년 만에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헐어버리고 또 다른 이윤을 추구하는 관행도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되고 고층화될수록 사생활 보호와 사회적 질서 유지를 위한 공동체 내부의 소통과 이해와 협력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아파트 건립이 시작된지 50년. 아파트 거주 세대가 50%를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가와 국민들 모두 그간의 주택정책과 주거 선호에 대한 발상을 전환할 때 코로나19 이후의 한국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용석 언론인·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
 


◼신용석 관장은?

-현 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
-현 인천향토사연구회장
-서울대 화학과 졸업
-전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
-전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부위원장
-전 2014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원장
-전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프랑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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