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플랫폼 창조


현재 대학입시로 집약된 교육은 차별
현실화한 죽은지식 생산체계
AI시대 인공지능 제어 불투명

학생들 전세계 순회하는 체험형태
미네르바 스쿨은 '미래학교' 모델

지금 온라인교육 위기를 기회 삼아
원격·대면수업 융합플랫폼 만들어
창의력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 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
▲ 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난 2007년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 교육에도 유효한 뼈아픈 진단이다. 대학 입시로 집약되는 유·초·중등교육, 교육은 백년대계라면서도 정권의 논리로 재단하는 교육행정,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이 현실화된 교육, 죽은 지식을 재생산하는 교육, 정답만을 강요받는 교육, 실패자를 양산하는 교육 문화 속에서 지구촌의 주역을 키워낼 수 있을까? 나아가 이러한 교육을 통해 곧 도래할 싱귤래리티(singularity·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 시대에 인공지능(AI)을 제어할 수 있을까?

동물농장에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다양한 동물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인간이 나타나 물에서 헤엄치기, 땅에서 달리기 교과를 만들어 시험을 보게 하였다. 어떤 동물도 모든 분야에서 일등이 될 수 없었다. 오리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달리기를 하다 물갈퀴가 갈라져 물에서도 헤엄을 칠 수 없게 되었다. 토끼는 헤엄치는 연습을 하다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그 후 토끼는 물가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우리 교육은 지금껏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지식이라는 한 가지 척도로 재단하여 잠재능력을 꽃피울 기회를 제한하여 왔다. 동물농장의 오리와 토끼처럼 우리는 후천적 장애를 유발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개개인에게 맞춘 개별화된 척도로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발현시키고 극대화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고, 최고가 될 수 있다. 교과지식을 척도로 한 줄로 세우는 교육으로는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없다. 둥근 원에 손을 맞잡고 서면 온리 원(Only One), 더 원(The One)으로 모두 함께 우뚝 설 수 있다.

2014년 설립된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가 없다. 학생들은 전세계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습하고 혁신 기업의 인턴십에 참여한다. 한 시간 수업에서 교수의 발언권은 단 4분뿐이다. 남은 시간은 학생 20명이 한팀이 되어 미리 주어진 과제를 학습하고 토론에 참여한다. 주제별 토론을 통해 협업 능력과 창의력을 신장시킨다. 각 도시에서 세계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수업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로 시작해서 무엇을 얻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온라인 수업으로 교수는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다. 미네르바 스쿨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학교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2019년 지혜공유학교를 개설하여 '학부모의 변화 없이는 자녀의 변화도 없다'는 신념으로 인천시 연구숙 송도 1, 2, 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100여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20시간씩 자녀교육에 대한 지혜를 공유했다. 학습한 내용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적용하고 실천하여, 그 과정과 결과를 매시간 공유했다. 밴드를 개설하여 현재도 54명의 학부모가 지혜를 나누고 있다. 교사(敎舍)가 없는,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 19로 교육 현장에도 쓰나미가 몰려왔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한 것이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 교육의 고유한 모델을 재창조해야 한다.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한국 교육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융합시키고, 교사의 역할은 티칭에서 코칭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생각의 깊이를 확산시키는 교육으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한다. 상호 협업하는 교육을 통해 인성과 지혜를 갖춘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기존 교육의 틀을 깨고 다양한 분야에서 온리 원(Only One)과 더 원(The One)의 인재를 육성하는 한국 교육의 플랫폼 창조를 갈망한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모범사례가 되었듯이 교육에서도 세계 역사에 기록될 혁신을 기대한다.


◼ 안종진 꿈터장 약력
-한국교원대 대학원 교육학석사
-인천포스코고등학교 초대 교장
-현 경북 북부학습종합클리닉센터 학습코칭단
-중등교장 자격연수 강사(2017학년도)
-제1회 한국교육대상 수상(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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