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산에서 내려다본 연수구 동춘동, 선학동 일대 전경.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좋아하는 동네 살았을뿐인데…송도 주변 폭등인데 동춘동은 하락"

6개월간 매매가 3억 이하 1.75%↑
3억~6억 7.55%·6억 이상 6.24%↑
상승률 벌어지며 양극화 심화

연수구내 2000년 이후 입주 아파트
송도동 56개·나머지 5개동 6곳뿐


주택 수요 '신축 대단지'만 몰려
계양·검단·서구 등도 신축 바람
원도심 구축 신음 … 특단대책 요구


"옆에 신축 아파트 33평(109㎡)이 글쎄 5억원을 넘겼대요."

주부 김정미(56·가명)씨는 평소 알고 지냈던 이웃에게 이 말을 듣고 이젠 못 참겠다 싶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윗집, 아랫집, 건넛집들이 송도나 청라 멀리 광교까지 신도시로 이사를 가도 그는 꿋꿋하게 참아왔다. "집값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살자"고 고집했었다. 그런데 같은 동춘동에 모처럼 들어선 신축 아파트 매매가가 치솟는다는 얘기가 정미씨 속을 뒤집어 놨다.

"예전에 연수구 동춘동이 '부자 동네'라고 불리던 거랑은 상관없이 주변에 학교, 공원이 많아 참 살기 좋았다.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된 후 5억원 가까이 올랐던 내 아파트가 지금 3억원 중반까지 떨어져도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며 "같은 동네에서 오랜만에 신축이라고 집값이 이렇게 차이가 나 버리니 그동안 지키고 산 내가 바보였나 싶다"고 말했다.


▲연수구 아파트 연식 17.4년은 착시 효과

통계청 자료를 확인하면 올해 기준 인천 연수구 아파트 평균 연식은 17.4년이다. 계양구(24.9년), 부평구(23.9년), 미추홀구(22년)보다 젊은 나이다.

수치상으로는 연수구에서 아파트 노후화가 별거 아닌 문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송도국제도시로 빚어진 착시 현상이다.

한국감정원에 공시된 연수구 148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송도동 56개 단지를 뺀 나머지 5곳 동 92개 단지를 분석해보니 2000년 이후 입주 아파트는 6곳에 불과했다. 선학동 아파트 10개 단지는 모두 1990년대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르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주로 지어진 연수구 아파트들이 여전히 제값을 해주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남들 집값 오르는 요즘에도 가격 하락이 심상치 않다. 비교적 저렴하고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시장 변화에 도태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이 공개하는 아파트 단지별 매매 평균 가격에서 지난 9월2일 기준으로 연수구 내 3억원 미만 아파트를 추려보니 모두 80개 단지. 이들 단지 총 매매 평균 가격이 3월16일 현재 얼마 정도 상승했나 봤더니 1.75%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3억~6억원 사이 53개 단지 상승폭 7.55%와 비교하면 5.8%p나 낮은 수준이다. 3억~6억원 사이 53개 단지에서 40개 단지는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해 있다. 송도국제도시 단지로 이뤄진 나머지 6억원 이상 16개 단지 상승률도 6.24%에 이른다.

김준식 인천시의원(연수구 선학동·연수2~3동·동춘3동)은 "송도국제도시와 기존 연수구의 주택 가격이 더욱 벌어지면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다보니 지역 주민 간 갈등에 더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예로 자치단체 등에서 축제를 진행하려고 해도 송도는 송도대로 하려고 하고 같은 원도심은 원도심대로 하려고 한다"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많이 해야 한다. 민간에서 적극 나서줘야 할 부분이다. 시나 구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단지 신도시 이어지는 인천. 구축 단지 구원할 수 있나

'신축 대단지가 들어서면 주변 기존 아파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놓고 부동산 업계 의견은 갈린다.

'호재'라고 보는 사람들은 신축 대단지가 구축 단지들 가격까지 견인한다고 설명하는 반면, 반대 경우는 주택 수요가 신축에만 몰려 구축 단지들 매수 수요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KB부동산 리브온은 지난해 8월 이를 놓고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울 내 신축 대단지 입주 후 인근 단지의 가격 추이를 따져봐 실제 어떤 영향을 줬는지 조사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래미안송파파인탑 전용 87㎡는 입주 7년 만인 2018년 12월, 1만세대에 이르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하기 시작하자 매매가 13억원에서 1년간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는 2018년 9월 이후부터 전용 87㎡ 거래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브온은 신축 수요를 헬리오시티가 흡수했다고 봤다.

대신 헬리오시티는 지난 7월 송파구 가락동 가구당 매매 평균 가격(12억75만원)보다 4억원 이상 높은 16억5000만원 시세를 형성했다.

리브온은 보고서에서 "잠실과 마포, 고덕, 송파 신축 대단지 입주 사례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면 입주 시기가 1년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을 때나 그나마 동반 상승이 가능하지,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 기존 아파트는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인천과 서울 집값이 하늘과 땅 차이라도 신축 대단지가 기존 단지에 주는 위압감은 전국 공통 사항인 셈이다.

우선 구축 중심인 기존 아파트 단지 근처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원도심 가격 동결 혹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수구 원도심 일부 신축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몇 년 차이 안 나는 신축끼리는 동반 상승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제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계양테크노밸리와 서구 검단신도시 등 인천 북부지역에 신축 대단지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해당 지역 구축 단지 대비책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다.

특히 계양구 경우 아파트 평균 연식이 24.9년으로 인천 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실정이다. 부동산 붐으로 얼마 전부터 불이 붙은 계양구 일대 크고 작은 신축 바람에 제3기 신도시까지 완성되면 구축 단지 재산 보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용범 인천시의장은 "제3기 신도시가 들어설 계양테크노밸리와 가까운 동양동, 귤현동 정도에서만 땅값, 아파트값이 조금씩 상승했고 나머지 동네에선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신도시 유치 수혜가 구 전체로 뻗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얘기"라며 "4~5년 전만 해도 34만5000명까지 오르던 계양구민이 재건축과 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은 30만4000명에 그친다. 최근 효성동 재개발과 계양테크노벨리까지 이어지면 교통망 확충과 주거 환경 개선으로 구민 수는 오르겠지만 신축과 구축 간 격차에 대한 대책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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